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분쟁에서 합의를 원한다면 SK이노베이션이 진정성을 보일 것을 요구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5일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시장에서 말하는 대로 합의금 격차가 조 단위로 나고 있는 것이 맞다”며 “갭(차이)이 너무 큰데 어느 정도 근접한 금액이 제시돼야 협상도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왼쪽),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 |
LG에너지솔루션은 “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결이 나온 뒤 SK이노베이션에 협상 재개를 건의했지만 별다른 반응이나 제안이 없었다”며 “SK이노베이션이 더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합의금의 규모와 관련해서는 크게 물러날 뜻이 없다는 태도도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그동안 미국 연방비밀보호법에 명시된 기준에 따라 협상을 진행해왔다”며 “앞으로도 이 기준은 일관되게 유지할 것이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비밀보호법에 따르면 지적재산권 침해와 관련해 △실제 입은 피해와 가해자가 얻은 부당이득 △미래 예상 피해액 △변호사 선임비용 등 선임비용 △최대 200%의 징벌적 손해배상 등 4가지 기준에 따라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이 진정성을 보인다면 합의 방식에는 크게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배터리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분리막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지분을 합의금에 포함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로열티 형식으로 일정 금액을 해마다 지급하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조 단위 합의금을 일시불로 지급하라고 요구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SK이노베이션이 지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제안을 들고 협상에 임한다면 합의방식과 관련해서는 유연하게 고려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받은 합의금을 현대차 코나EV의 리콜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과 관련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그럴 의도가 있다면 합의금을 전액 현금으로, 그것도 일시불로 받는 방식만으로 합의해야 한다”며 “과거 침해당한 가치와 미래 입게 될 피해를 정당하게 보상받는 것이 중요하지 반드시 현금으로 받아 충당금 비용을 막겠다는 의도는 없다”고 못박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콘퍼런스콜은 국제무역위가 이날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과 관련해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 준 판결의 전문을 공개한 데 따른 것이다.
국제무역위는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 11개 카테고리에 걸쳐 22개 항목을 침해했다고 판결에 명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콘퍼런스콜에서 ‘어떤 영업비밀 침해가 가장 심각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심각성의 크기를 개별 영업비밀마다 따지기는 어렵고 하나 예를 들자면 BOM(원자재 및 부품명세서)의 탈취가 충격적이었다”고 대답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BOM에는 배터리 관련 소재 및 부품의 출처, 가격, 조달계약방식 등 원가구조와 관련한 세부 사항이 모두 담겨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은 우리의 BOM을 탈취한 뒤 이를 활용해 2018년 폴크스바겐의 전기차배터리 입찰에서 최저가로 입찰해 수주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이 국제무역위의 최종 판결과 관련해 유감을 표시한 것과 관련해서도 에둘러 비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의 입장문 발표는 미국 정부기관이 2년 동안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조사한 뒤 내린 결정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