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교보생명 관계자는 "곧 다가오는 마이데이터 사업자 선정을 위한 2차 예비허가 접수에 나설 것이다"며 "이를 위해 관련 부서에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마이데이터사업 2차 예비허가 신청을 이달 안으로 접수한다. 다만 아직 정확한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마이데이터는 여러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는 고객정보를 한 데 모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고객별 맞춤금융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신창재 회장은 2021년 사업연도 출발 조회사에서 “디지털 전환을 통해 과거와 전혀 다른 모습의 회사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디지털을 기반으로 기존 생명보험 비즈니스에서 수익을 지속 창출하면서 신성장동력을 확보해 미래기반을 구축하는 양손잡이경영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마이데이터사업에 속도를 내는 것도 양손잡이경영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명보험 비즈니스를 혁신하는 동시에 신사업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보생명은 마이데이터 연구기관, 스타트업 등과 적극적으로 업무협약을 맺으며 사업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먼저 교보생명은 2월23일 유망 핀테크 스타트업인 인공지능 음성 및 영상합성 전문기업 라이언로켓, 생애 설계 디지털콘텐츠 보유 기업 라이프플래닝연구소와 각각 마이데이터사업 관련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인공지능 음성합성 기술을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탑재해 금융 소외계층에게 편리하게 금융정보를 제공한다는 구상을 세우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1월에는 서울대학교 경영연구소와 업무협약을 맺고 마이데이터사업 관련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했다. 두 기관은 마이데이터 관련 신기술 트렌드를 공유하고 신규서비스를 공동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업무협약식에는 윤열현 교보생명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김해준, 박봉권 교보증권 각자대표이사, 이학상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대표이사 등 계열사 사장도 참여했다. 교보생명은 계열사와 협업을 통해 금융교육 특화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교보생명은 2020년 말 조직개편에서 금융 마이데이터 파트를 신설해 전담조직을 구성하기도 했다. 디지털 기반의 업무 프로세스 혁신을 위해 빅데이터지원팀과 인공지능(AI)활용팀도 새로 만들었다.
교보생명은 앞서 이뤄진 마이데이터 1차 예비허가에 참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유사서비스를 제공해온 기업에게 우선권을 준다는 금융당국 방침에 따라 참여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차분히 준비단계를 거쳐온 만큼 2차 예비허가를 받아 8월부터 본격적으로 열리는 마이데이터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교보생명 뿐 아니라 신한생명, 메트라이프생명,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다른 보험사들도 2차 예비허가를 위한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 선두권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 조치를 받아 마이데이터사업 진출에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2차 예비심사는 물론 올해 안에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올해 8월부터 시작되는 마이데이터시장 경쟁에서 교보생명이 이들보다 선점효과를 누리게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마이데이터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8월4일부터 마이데이터 라이선스를 취득한 사업자들은 표준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기존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통상 고객을 대신해 금융사 사이트 등에 로그인한 뒤 화면을 읽어내는 ‘스크린 스크래핑’ 방식으로 신용정보를 수집해 고객에게 보여줬다.
8월부터는 정보주체의 전송 요구권을 토대로 데이터 표준API를 통해 금융기관 등에 흩어진 데이터를 전송받을 수 있게 된다. 보안 취약 우려가 있는 스크래핑보다 안전한 방식이다.
주체는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제한돼 사업자로 허가받지 못한 회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신창재 회장은 2000년 5월부터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2019년 9월부터 윤열현 사장과 함께 교보생명 각자대표이사체제를 구축했다.
중요전략이나 신사업 구상은 신 회장과 윤 사장이 함께 의논해 결정하고 일상적 업무는 윤 사장이 결정하는 구조로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