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이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관련 행정소송을 이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이면서 이우석 대표이사의 거취에 시선이 몰리고 있다.
이 대표가 ‘인보사 논란’으로 재판을 받으면서 사실상 박문희 대표이사가 경영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커졌는데 아직 인보사 관련 전쟁이 끝나지 않은 만큼 장수를 바꾸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도 나온다.
▲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
2일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3월 열리는 코오롱생명과학 정기주주총회에서 이 대표의 3번째 연임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20년 3월 박문희 대표이사를 선임하면서 이우석-박문희 각자대표이사체체로 운영되고 있다. 이 대표의 임기는 3월15일로 끝이 난다.
이 대표가 인보사 논란과 관련한 재판을 받는 점이 오히려 연임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 대표는 2012년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에 오른 뒤 인보사의 임상은 물론 생산과 판매 등도 최종 책임을 지고 이끌었는데 이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 인보사와 관련해 코오롱생명과학에 불리한 분위기가 조성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코오롱생명과학 임원 2명이 허위자료를 제출해 인보사의 판매허가를 받았다는 혐의와 관련한 1심 재판에서 무죄를 받은 점도 이 대표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대표 역시 이들과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는 만큼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데 인보사 논란 해결에서 이 대표에게 역할을 맡겨야겠다는 판단이 작용할 수도 있다.
이 대표는 2019년 6월 인보사 논란 해결에 주력하겠다며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제약 대표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 대표는 인보사 논란이 발생하기 전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제약, 코오롱티슈진 등 코오롱그룹의 제약바이오 계열사 경영을 도맡았다.
이 대표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받기 위해 성분을 조작하고 허위로 서류를 제출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7월 기소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상대로 낸 소송 1심에서 패소했는데 이에 불복하고 항소를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인보사 말고는 상황을 반전할 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사업부문은 원료의약품과 향균제, 수처리제 등을 생산하는 케미컬사업과 바이오의약품을 개발, 생산, 판매하는 바이오사업 등 크게 2개 부문으로 나뉜다.
전체 매출에서 케미컬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3분기 기준으로 99.4%로 압도적으로 높지만 바이오사업에서 꾸준히 영업적자를 내면서 코오롱생명과학은 적자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사업에서 실적 반등이 절실한 셈인데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를 빼놓고는 바이오사업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신경병증성 통증 신약은 지난해 4월에야 미국에서 임상1/2a상에 들어갔고 다른 신약 후보물질인 고형암 신약은 아직 전임상 단계에도 진입하지 못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제출 마감일인 5일 이전에 항소장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한 인보사의 아시아 판권을 확보한 뒤 인보사의 개발과 생산, 판매 등을 진행해 왔다. 판권을 넘겨 받았기 때문에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처분을 둘러싼 법적 다툼에서도 코오롱생명과학이 앞에 나서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20년 9월 말 기준 코오롱티슈진 지분 12.55% 보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