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전 행장이 케이뱅크에서 KT그룹과 시너지를 만드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뱅크는 19일 공시를 통해 이 전 행장이 9일부터 태스크포스부문장으로 선임됐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드문 일로 평가되지만 산업 전반에 걸쳐 살펴보면 사장이 사임하며 그 회사에 경영고문으로 남아 있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통상 1~2년, 길게는 3년까지도 경영고문직을 맡기는 반면 이 전 행장의 부문장 임기는 3월31일까지로 두 달도 되지 않는다.
경영 전반에 관한 조언을 하는 경영고문직이 아닌 특별한 목적이 있는 임시직인 셈이다. 이 전 행장이 맡은 태스크포스부문장은 임원급 인사로 담당하는 업무는 '그룹 시너지사업 자문' 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다음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전문 임원형태로 선임한 것"이라며 "갑작스럽게 행장이 교체된 상황에서 전임 행장이고 KT에서도 오랜 기간 몸을 담았기 때문에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한 자문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스포스팀은 통상 특별전담조직이다. 조직이 안고 있는 문제 해결, 미래 경영전략을 짜는 등 핵심업무를 다룬다. 케이뱅크 조직을 떠날 사람에게 이런 업무를 맡길 가능성은 낮다.
이 전 행장이 케이뱅크에 남아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등 다음 행보를 두고 다양한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이 전 행장이 태스크포스부문장 임기를 마치고 KT로 돌아가 KT 금융계열사 사이에 징검다리 역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전 행장은 '일신상의 이유'로 돌연 케이뱅크 행장을 사임했지만 케이뱅크의 유상증자를 마무리하는 등 케이뱅크 정상화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구현모 KT 사장은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에서 “케이뱅크 유상증자는 KT의 오래된 숙제였다”며 “BC카드가 1대주주가 되고 증자도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지지부진했던 케이뱅크 문제를 해결해 숙제를 풀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 사장이 BC카드와 케이뱅크를 중심으로 금융 플랫폼사업 펼치겠다는 계획을 세워둔 만큼 이 전 행장의 역할이 남아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이 전 행장은 KT에서 금융계열사를 가장 많이 파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BC카드 사장과 케이뱅크 행장을 모두 역임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전 행장은 KT 기획조정실에 입사한 뒤 전략기획실장, 경영기획부문장 등 KT 경영기획의 요직을 두루 거친 경영기획 전문가다. 금융계열사 사이 시너지 창출에 적임자인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전 행장은 BC카드와 케이뱅크 양쪽을 모두 경험한 인물로 KT가 금융그룹을 크게 키웠을 때 추가적 역할을 기대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 사장이 금융 플랫폼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KT와 금융계열사 사이에 시너지를 내는 것은 필수적이다.
BC카드는 사업구조상 결제수수료에 기대는 부분이 많아 전업카드사 가운데 유일하게 순이익이 감소하고 있고 케이뱅크도 1년 넘게 대출영업이 중단되며 카카오뱅크와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단일 회사 차원에서 각 업권의 경쟁을 뚫고 나가기 쉽지 않은 셈이다.
310만 곳이 넘는 가맹점을 보유한 BC카드의 데이터 경쟁력과 은행업계 최초로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을 선보인 케이뱅크의 정보기술(IT), KT의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술력을 더해 KT와 BC카드, 케이뱅크 사업역량을 한 데 모아야 금융 플랫폼 경쟁력 확보가 가능해 보인다.
같은 시기에 금융계열사의 핵심축인 두 곳의 수장에 외부인사를 앉힌 만큼 KT와 시너지를 내는데 부담은 커졌다. KT 내부에서 금융계열사 사이 협력방안 논의하고 사업 시너지를 구상하는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전 행장이 단순히 인수인계 차원에서 태스크포스부문장을 맡았을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 전 행장이 갑작스럽게 사퇴의사를 밝힌 상황에 더해 새 행장이 외부에서 온 만큼 연착륙을 돕는 의미로 잠시 케이뱅크에 적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인수인계도 하고 그룹 내 시너지 낼 수 있는 부분을 자문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태스크포스부문장 맡은 것"이라며 "이 전 행장의 다음 거취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