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철 오리온 경영총괄 부회장이 오리온의 신사업 가운데 하나인 간편대용식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18일 오리온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에서 양산빵으로 거둔 성공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올해에는 17조 원 규모의 중국 간편대용식시장에서 성과를 이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오리온 베트남에서 간편대용식 큰 성공, 허인철 이번에는 중국에서

허인철 오리온 경영총괄 부회장.


오리온의 해외법인은 철저한 현지화에 초점을 맞춰 성공전략을 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리온 중국 법인 하오리요우식품유한공사는 중국 간편대용식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기 전에 현지 소비자 입맛부터 살폈다.

중국에 '로우지아모'라는 고기빵을 밥 대신 먹는 문화가 있다는 점을 노려 중국 소비자 취향에 맞는 제품을 개발했다.

하오리요우식품유한공사는 1월 말 '송송로우송단가오'라는 이름으로 양산빵을 내놨다. 송송로우송단가오는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돼지고기로 만들었다.

오리온 관계자는 "중국 양산빵시장 공략을 위해 1년 넘게 브랜드와 제품을 준비했다"며 "대도시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점차 중소도시 등으로 공급을 늘려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오리온 베트남 법인 오리온비나는 2019년 바게뜨빵에 잘게 썬 고기를 가득 얹은 베트남 국민간식 '짜봉'에서 착안해 만든 양산빵 '쎄봉'을 내놔 현지에서 간편대용식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중국 간편대용식시장의 전망은 매우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7년 중국 간편대용식시장 규모는 571억 위안(약 9조원)에서 2022년 1200억 위안(약 2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오리온이 일찌감치 간편대용식시장에 진출한 한국과 베트남에서는 이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오리온은 나라별 특성을 고려해 한국에는 2018년 '마켓오 네이처 그래놀라'를, 베트남에는 2019년 양산빵 '쎄봉'을 내놨다. 제품별 2020년 매출이 2019년보다 마켓오 그래놀라는 34%, 쎄봉은 350% 가까이 늘었다.

오리온에 따르면 간편대용식 수요는 1인 가구가 증가하고 맞벌이가 보편화하면서 꾸준히 늘고 있었는데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급증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올해 한국에서는 그래놀라로, 베트남에서는 쎄봉으로 신제품을 더 출시해 다양한 취향의 입맛을 지닌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간편대용식은 허인철 부회장이 아시아 소비자들의 식단 변화를 예상하고 꾸준히 투자해온 분야다.

허 부회장은 서유럽과 미국, 일본 등에서 나타난 간편대용식 문화가 한국과 아시아 신흥국에서도 똑같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간편대용식사업을 미리 준비했다.

2016년 당시 일본에서 불티나게 팔리던 그래놀라와 식사용 스낵 등이 몇 년 후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하고 그해 620억 원을 투자해 경남 밀양에 그래놀라 전용공장을 세웠다.

허 부회장은 다만 그래놀라 제품의 해외진출을 두고서는 아직까지 진출방식 등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네슬레와 켈로그, 퀘이커(펩시) 등이 장악한 글로벌시장에 무작정 진출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 관계자는 "그래놀라 제품의 해외진출과 관련해서 시점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