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통령선거를 향해 가는 길에서 민주당 '86세대' 등 새로운 도전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그 예고편이라고 바라보는 시선이 많은데 이 지사에게는 오히려 기회일 수도 있다.
 
임종석 필두로 민주당 86세대 대선 도전하나, 이재명에게 기회일 수도

이재명 경기도지사.


16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지사가 대선 경쟁에서 앞서 나가면서 당내에서 새로운 도전세력이 형성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 등 당내 경쟁자들의 견제가 최근 부쩍 잦아졌다.

더욱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비판하는 대열에 새롭게 등장했다는 점은 주목된다.

임 전 실장은 8일을 시작으로 10일, 14일 등 일주일 사이에 세 차례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비판했다.

임 전 실장은 14일에는 “제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바는 자산이나 소득에 상관 없이 모두에게 균등하게 지급하자는 것은 정의롭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임 전 실장이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향한 비판에  뛰어든 일을 놓고 보궐선거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민주당 내 86그룹의 대통령선거 도전의 예고판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대선을 바라보는 86세대는 임 전 실장에 그치지 않는다. 이광재 의원,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도 대선 도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광재 의원은 1월28일 kbc광주방송과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자격과 역량이 있는지 돌아보며 대선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인영 장관은 지난해 12월 CBS라디오에서 “저를 던져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거는 또 그런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86세대를 비롯해 정세균 총리, 97세대 등도 대선에 도전할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민주당에서는 ‘13룡 등판론’까지 나오고 있다.  보궐선거 이후 대통령선거 경선의 흥행을 위해 모두 무대에 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지사와 이낙연 대표의 '양강구도'가 흔들리면서 새로운 경쟁구도가 펼쳐질 수도 있는 셈이다.

이 지사에게 이런 경쟁구도는 꼭 나쁜 상황은 아니다. 다음 대선이 1년 넘게 남은 상황에서 너무 일찍부터 독주하게 되면 오히려 대선주자로서 식상하다는 이미지를 줄 가능성도 있다. 대선판이 커지는 경쟁구도는 긴장감을 유지하며 차별성을 확보할 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 지사는 그동안 여러 차례 위기를 극복하면서 정치적 지지세를 넓혀왔다. 그는 2020년 시무식 때 경기도의 운세를 알아보는 윷놀이 행사에서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나오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라며 “세상에는 많은 일과 상황이 벌어지는데 위기적 요인을 통제하고 기회적 요인을 키우면 위기가 기회가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지사를 향한 견제가 기본소득과 같은 정책현안에 집중되고 있는 점은 오히려 차별성을 더욱 각인하는 효과를 높여줄 수도 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많은 대선후보들이 이 지사가 이야기하는 기본소득을 비판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기본소득과 관련된 논쟁이 계속되면서 오히려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등 아마 이 지사도 이런 상황을 싫어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한 단계 도약이 필요한 변곡점에 자리잡고 있다.

이 지사는 14일 발표된 입소스 여론조사에서 28.6%, 10일 발표된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서 27.3% 등 각종 여론조사에서 20%대 후반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2, 3위인 이낙연 대표나 윤석열 검찰총장의 10%대 초반의 지지율과 비교하면 확실한 1위이기는 하다.

하지만 아직 30%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 지사의 불안한 당내 입지를 고려하면 30%가 넘어서야 ‘이재명 대세론’를 확실하게 만들 수 있고 당내에서도 세력을 붙일 수 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지사의 지지율을 놓고 “그렇게 압도적이라 볼 수는 (없다)”며 “과거에 보면 고건 전 총리는 30%대의 지지율이 상당이 오랫동안 지속됐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그랬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