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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중국 베이징과 광저우 노선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최근 항공회담에서 노선을 늘리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증설된 노선을 두고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최다노선을 유지하려고 하고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에 뒤쳐진 중국노선을 만회하려고 자존심을 걸고 싸우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말 항공교통심의위원회를 열어 한중 항공노선 운수권을 배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중국이 항공회담에서 양국 정기 항공노선을 '45개 노선, 주426회'에서 '62개 노선, 주516회'로 늘어나는데 합의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인천-베이징'과 '인천-광저우' 노선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중국정부가 한국 항공사로부터 자국 항공사를 보호하기 위해 두 항공사만 운항할 수 있도록 제한했기 때문이다.
각각 주 3회, 주 7회 운수권이 추가되는 인천-베이징, 인천-광저우 노선의 경우 중국의 요구에 따라 2개 항공사만 운행할 수 있다. 사실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이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에서 주 9회 취항지는 한국 국적 항공사 1곳, 주 10회 이상 취항지는 2곳으로 취항을 제한했다. 이스타항공도 경쟁에 참여할 수 있지만 규모에서 두 항공사에 밀린다.
중국당국은 노선확대에 따라 한국의 여러 항공이 중국에 들어올 경우 자국 항공사가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이유로 항공사를 제한했다.
이들 노선은 여객수요가 이미 검증된 곳인 만큼 취항과 동시에 쉽게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인천-베이징 노선의 평균 탑승률은 90%를 넘나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베이징 노선은 현재 아시아나가 24회, 대한항공이 18회 운행중이다. 인천-광저우 노선은 아시아나항공이 10회, 대한항공이 4회 운항하고 있다. 이번에 늘어난 운수 권은 각각 3회와 7회다. 운수 권은 1회 왕복할 수 있는 자격을 말한다.
베이징과 광저우의 여객노선수와 운항횟수를 보면 아시아나항공은 24개 노선과 173회, 대한항공은 23개 노선과 169회로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보다 많다. 아시아나는 한중간 국내 최다노선 항공사다.
이런 알짜노선을 두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전면전은 이미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샌프란시스코 사고와 관련해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며 노선 운수권을 대한항공이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여객기 착륙사고를 일으켰다.
정부는 1997년 10월 '사고 항공사에 대한 노선배분 및 면허 등 제한방침'을 만들었다. 이 방침은 사고발생 직후부터 노선배분이나 신규면허를 제한하는 것이다. 이 방침에 따라 대한항공은 당시 운수권 배분에서 배제됐다. 그러나 2009년 국제항공 운수권 및 영공통과 이용권 배분 등에 관한 규칙이 새로 바뀌었다. 내용은 제재기준을 사고발생 직후가 아니라 사고조사 결과 발표 이후로 바뀌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1999년 마련된 방침을 통해 1997년 발생한 괌 사고도 소급적용하면서 대한항공이 1년간 노선배분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운수권 배분에 아시아나가 참여한 것을 두고 대한항공을 제재한 것에 비춰 공평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의 주장에 반발하고 있다. 중국노선 배분이 사고조사 결과발표 전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이 굳이 사고 관련 내용을 평가에 반영해 운수권 배분에 제한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정부가 정해 놓은 원칙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에 아시아나항공에 제재를 가하라는 건 정부에 원칙과 신뢰성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이번 건을 직접 챙기는 등 전사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특히 중국노선의 경우 상대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이 강세를 보여 왔던 만큼 이번 경쟁은 양대 국적사의 자존심 대결로 이어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저가항공사는 한중간 노선 중 상대적으로 취항 가능성이 높은 신규노선 운수권 확보를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