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좀처럼 바뀔 것 같지 않던 보험사 순위구도에 변화가 나타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메리츠화재가 순이익에서 KB손해보험과 격차를 벌리며 현대해상, DB손해보험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순이익 4334억 원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2019년 3013억 원보다 59.8% 증가했다. 반면 KB손해보험은 2019년 2343억 원보다 30% 줄어든 1639억 원으로 집계됐다.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은 지난해 3분기 기준 각각 4420억 원, 3147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단기적 성과를 목표로 무리하게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는 등 보험사가 기초체력 이상의 성장을 하게 되면 불량고객을 유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보험산업은 신계약 및 원수보험료의 시장 점유율 등 시장구조가 잘 변화하지 않는다”며 “삼성화재와는 차이가 있더라도 메리츠화재와 상위권 보험사의 순이익, 원수보험료 등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순이익 7573억 원, 원수보험료 24조449억 원을 거뒀다.
원수보험료에서 KB손해보험이 10조9751억 원을 거두며 메리츠화재(9조1167억 원)보다 다소 앞서있는 상황이지만 메리츠화재의 성장세가 더 가팔라 올해 원수보험료까지 앞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시선도 나온다. KB손해보험의 원수보험료는 지난해보다 6.8% 늘었고 메리츠화재의 원수보험료는 13.9%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의 원수보험료는 각각 10조7081억 원, 10조4348원이다.
원수보험료는 보험사가 고객과 계약을 체결하고 가입자에게서 직접 받아들인 보험료를 가리키는 말이다. 보험 영업부분의 매출 개념으로 쓰인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지난해 영업채널의 지속적 매출 증가와 사업비 절감을 통해 양호한 성과를 달성했다”며 “올해는 매출을 늘리면서도 손해율을 줄이는 방향으로 경영계획이 세워졌으며 수익성을 개선하는 쪽에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화재가 높은 성장세를 보일 수 있었던 데는 김용범 부회장이 철저한 성과주의 정책을 이어가며 영업경쟁력을 강화한 덕분으로 평가된다.
김 부회장은 조직체계를 단순화해 비용부담을 줄이고 설계사들에게 높은 수준의 수수료를 지급하며 영업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설계사가 영업 관리자인 본부장으로 승격할 수 있는 제도를 신설하는 등 파격적 성과 보상체계를 마련해왔다.
그 결과 김 부회장이 대표에 오른 2015년 9569명이던 메리츠화재의 전속설계사는 지난해 3분기 2만8783명으로 급증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보험업계 최고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며 직원들의 동기부여에도 신경썼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평균연봉의 40% 수준에서 상여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평균연봉의 30%를 지급했다. 메리츠화재가 지난해 연초 설정한 순이익과 부문별 성과지표에서 목표치를 뛰어넘으면서 이를 직원들에게 보상한 것이다.
DB손해보험은 올해 표준연봉의 30% 수준에서 상여금이 결정됐고 삼성화재는 평균연봉의 30%를 밑도는 수준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