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썼지만 보험과 카드부문에서 아쉬움을 여전히 남겼다.
하나금융지주는 올해도 비은행부문 강화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인수합병이나 신사업 성장 없이는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의 1위 경쟁에 끼어들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8일 “하나금융지주 비은행부문 순이익 비중이 34%로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며 “인수합병(M&A) 효과 없이 자체 비은행부문이 빠른 이익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파악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비은행부문의 성장에 힘입어 ‘깜짝실적’을 거뒀지만 사업 포트폴리오 가운데 보험과 카드부문의 약점이 두드러졌다.
하나금융지주는 보험 계열사로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을 두고 있는데 하나생명은 지난해 순이익 266억 원을 냈다. 하나손해보험은 아직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순손실 규모는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의 보험 계열사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KB금융지주에서 KB손해보험은 2020년 순이익 1639억 원, 푸르덴셜생명이 순이익 557억 원, KB생명은 순손실 232억 원을 냈다.
신한금융지주에서 신한생명은 순이익 1778억 원, 오렌지라이프는 순이익 2793억 원을 거뒀다.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이 계열사와 시너지, 디지털 전환 등을 통해 실적을 늘릴 수 있지만 자산규모에서 오는 한계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 하나생명의 자산규모는 5조 원, 하나손해보험은 1조 원에 그친다.
KB손해보험(36조 원), 푸르덴셜생명(22조 원), KB생명(10조 원), 신한생명(35조 원), 오렌지라이프(34조 원)와 비교해 체급 차이가 뚜렷하다.
하나금융지주가 보험부문을 키우려면 인수합병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외국계 생명보험사가 한국시장을 떠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보험사 매물이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수합병과 관련해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보험계열사 성장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 만큼 보험시장 상황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부문과 더불어 카드부문도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계열사와 큰 실적 격차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롯데카드가 다시 매물로 나오지 않는 이상 인수합병 전략을 취하기 어렵기 때문에 하나카드는 자동차금융 등 신사업 진출을 통한 성장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순이익 1545억 원을 냈다. KB국민카드는 순이익 3240억 원, 신한카드는 순이익 6065억 원을 거뒀다.
하나금융지주의 은행, 증권사, 캐피털 계열사는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까지 성장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순이익 2조101억 원을 냈다. KB국민은행 2조2982억 원, 신한은행 2조778억 원과 비교해 크게 뒤처지지 않았다.
증권사인 하나금융투자도 순이익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순이익 4109억 원을 거뒀다. KB증권(4256억 원)에는 밀렸지만 신한금융투자(1548억 원)를 크게 앞질렀다.
하나캐피탈(1772억 원)은 신한캐피탈(1606억 원), KB캐피탈(1416억 원)보다 더 많은 순이익을 냈다.
하나금융지주는 2020년 연결기준 순이익 2조6372억 원을 내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2019년보다 10.3% 증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