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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
부부문제는 당사자가 아니고는 알기 어렵다. 누구도 부부 사이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일은 가당치 않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도, 적어도 부부문제에 관한 한 무의미한 일이다.
존 그레이는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저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 남자와 여자 사이의 언어와 사고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선언했다. 남녀관계의 현실적 종착역인 결혼이 반드시 ‘해피엔드’인 것만은 아닌 이유다.
대통령의 딸과 재벌가의 아들이 만나 결혼했다. 모두가 부러워할 법한 결혼이었지만 이들의 결혼생활도 행복하지만은 않았나 보다.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은 남편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전격 이혼선언에도 가정을 지키겠다고 했다. 그는 “가장 큰 피해자는 내 남편”이라며 모든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렸다.
두 사람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기 어렵다. 최 회장에게 다른 여자가 있고 그 사이에서 6살 난 딸을 두고 있다는 사실만 확인됐을 뿐이다. 최 회장은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이혼을 통해 떳떳하게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사실만 놓고 보면 일반대중들, 특히 기혼여성들의 경우 반응은 대체로 한결같다. 아내를 두고 바람을 피운 것도 모자라 자식까지 낳은 남편에게 대중들의 질타와 분노가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중들의 시선에서 피해자는 노 관장이어야 마땅하다. 더욱이 특혜가 됐든, 무엇이 됐든 SK그룹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의 반열에 올려 놓는 데 공로를 세운 ‘조강지처’가 아닌가.
그런데도 노 관장이 가해자 코스프레에 나선 데 대해 또 이러쿵저러쿵 뒷말들이 많다. 대개 이런 것들이다.
‘노 관장이 과거 먼저 이혼을 요구하면서 거액의 재산분할과 위자료를 요구했다.’ ‘노 관장이 경솔한 행동을 해 2011년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두 사람 관계가 완전히 파탄났다.’ ‘장군의 딸 출신으로 남편을 배려하지 않았다.’ ‘종교적 조건을 내걸어 남편의 이혼요구를 차일피일 미뤄왔다.’ ‘최 회장이 검찰수사로 힘든 상황에서 노 관장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없었다.’ '성격 자체가 오만하다.' 등등.
이런 온갖 추측들의 기저에 "남자들이 바람을 피우는 덴 다 이유가 있다"는 식의 남성편향적이고 다소 뻔뻔한 합리화도 깔려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부부문제는 그 누구도 내막을 속속들이 알기 어렵다. 가해자와 피해자, 선의와 악의, 원인과 결과를 칼로 무 자르듯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연말 술자리 안줏감은 될 수 있겠지만.
그러나 두 사람의 불화가 여느 ‘자연인’의 경우처럼 사적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 사안의 중대성이 있다.
한때 영원할 것 같았던 부부관계가 파경에 이르면 대개 현실적으로 딱 두 가지 문제가 남는다. 자녀와 돈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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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소영 나비아트센터 관장이 지난 12월23일 청해부대 19진 입항 환영식에서 차녀 최민정 중위와 함께 밝게 웃고 있다. <뉴시스> |
최 회장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은 이미 성년을 넘긴 나이다. 이혼 과정에서 최우선 고려사항은 아니다.
그렇다면 결국 돈인데 문제는 최 회장의 재산이 개인의 것이기도 하지만 기업가치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기도 한다는 점이다. 최 회장 재산의 대부분이 SK그룹 경영권과 긴밀한 SK 지분이기 때문이다.
노 관장은 “이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인다. 불행한 결혼생활과 남편의 외도사실이 국민 앞에 공개된 상황이다. ‘사랑받는 여자’라는 대부분의 아내들이 꿈꾸는 최고의 명예를 잃은 것이다.
노 관장은 남편이 밖에서 낳은 아이도 키울 수 있다는 심경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시대가 아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말이다.
남자들은 여자가 참 알다가도 모를 존재라고 한다. 여자는 딸이자, 아내, 어머니로서 다중인격체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노 관장이 아내의 자리 대신(물론 법적 아내는 유지한 채) 어머니로서 정체성이 더 큰 것일까? 두 딸과 아들의 정통성을 굳건히 지켜 훗날 SK왕국의 승계자로서 흠집을 만들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쪽에서 이혼에 동의하지 않는 게 최 회장에 대한 강한 분노와 반발의 표시라는 얘기도 나온다. 잘못을 저지른 최 회장이 자기 편한대로 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내’ 노소영과 ‘어머니’ 노소영은 다르다. 앞으로 노 관장이 최 회장과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