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올레드(OLED)TV사업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던 중국 샤오미가 화웨이처럼 미국의 제재에 따른 사업 차질을 염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샤오미는 세계 최대 가전기업 가운데 하나로 최근 올레드(OLED) 진영에 합류했다. 하지만 화웨이처럼 강도 높은 제재를 받게 되면 올레드TV 등 최신 전자기기를 생산하는 일은 어려워진다. 
 
화웨이 이어 샤오미도 미국 제재, LG전자 올레드TV 치고나갈 기회

▲ 샤오미 투명 올레드TV. <샤오미>


1일 외국언론을 종합하면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가 샤오미에 내린 투자 금지조치가 바이든 정부에 와서도 쉽게 해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국회의원들이 신임 대통령에게 중국 공산당에 관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라는 초당적 압력을 넣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제재를 뒤집는다면 정치적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바이든 정부는 지금까지 중국에 관한 미국의 접근방식을 완화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바라봤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정부가 오히려 샤오미에 관한 제재 강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바이든 정부 구성원이 중국을 상대로 적대적 태도를 숨기지 않고 있어서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1월 말 미국평화연구소 행사에서 "중국이 신장에서 하고 있는 일, 홍콩에서 하고 있는 일, 대만을 위협하는 일에 관해 비용을 치르게 할 준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소수민족 탄압 및 홍콩 민주화시위 개입 등을 비판한 것이다.

샤오미는 앞서 트럼프 정부로부터 중국군을 지원하는 기업으로 지목된 만큼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월14일 미국 국방부는 샤오미 등 9개 기업을 중국군 지원기업 명단에 올려 더 이상 미국인과 미국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지 못하도록 했다. 

화웨이는 이보다 더 강화된 제재를 받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는 기업들이 화웨이에 미국 기술이 포함된 반도체를 공급할 때 미국으로부터 허가를 받게 하는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세계 반도체 대부분이 미국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화웨이는 사실상 반도체 하나하나마다 사용을 허락받아야 하는 처지라고 볼 수 있다.

이 제재에는 디스플레이도 포함된다. 디스플레이 역시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 반도체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화웨이 제재가 시행될 당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와 비슷한 제재를 샤오미가 당하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올레드TV사업은 중국 내부적으로 대체 부품을 확보하기도 어려워 존속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 현재 세계에서 TV용 올레드패널을 생산하는 기업은 LG디스플레이뿐이다.

샤오미는 최근 LG디스플레이 패널을 활용해 올레드TV에 힘을 실어 왔다. 지난해 7월 첫 올레드TV를 내놨고 8월에는 세계 최초로 투명 올레드TV를 출시했다. 투명 올레드는 화면이 유리처럼 투명해 전원이 켜져 있을 때도 패널 뒤의 사물을 볼 수 있는 제품이다.

비록 샤오미가 뒤늦게 올레드TV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애초 TV시장에서 존재감이 만만치 않았던 만큼 빠른 성장세가 예상됐다. 여러 시장 조사업체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샤오미의 TV 점유율은 중국에서 1위, 세계에서 5위로 나타났다.

그러나 샤오미 올레드TV는 2021년 들어 미국의 제재라는 커다란 불확실성에 위협받고 있다.
 
화웨이 이어 샤오미도 미국 제재, LG전자 올레드TV 치고나갈 기회

▲ LG전자 롤러블 올레드TV '시그니처 올레드R'. < LG전자 >


올레드TV시장을 주도해 온 LG전자 쪽에서 보면 힘 들이지 않고 유력한 경쟁자를 따돌릴 기회를 잡을 수도 있는 셈이다.

LG전자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올레드TV를 출시했다. 이후 세계 최초로 8K 올레드TV, 롤러블(두루마리형) 올레드TV를 출시하는 등 여러 혁신적 제품을 내놨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올레드TV 제조사가 늘어나면서 올레드TV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LG전자의 올레드TV시장 점유율은 2016년 92.1%에서 2019년 55.2%로 감소했다. 

LG전자는 올해 올레드TV 등 프리미엄TV 판매를 확대해 실적 증가세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세운 만큼 샤오미의 동향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샤오미는 미국의 제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샤오미는 1월29일 미국 워싱턴 지방법원에 미국 국방부와 재무부 등을 상대로 제재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회사는 중국군과 관련이 없으며 제재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