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노사가 KDB산업은행과 새로운 대주주를 모두 만족할 만한 노동조건 약정안을 마련하는 고비를 넘어야 한다.
쌍용차가 사전기업회생제도(P플랜)을 반드시 추진해야하는 상황에 놓인 만큼 노동조합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제시한 노동문제 관련 전제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노동기본권이 달린 문제인 만큼 조합원을 설득하기가 만만치 않다.
▲ 정일권 쌍용차 노조위원장이 2020년 5월 경기 평택시청에서 열린 쌍용차 노사민정 특별협의체 간담회에서 경영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쌍용차>
29일 쌍용차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쌍용차와 쌍용차노조가 앞으로 얼마나 쌍용차의 미래 사업성을 입증할 수 있는 지가 사전기업회생제도 추진에 관건이 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사전기업회생제도는 채권단 대신에 법원이 주도하는 ‘워크아웃’으로 볼 수 있다.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기업이 채권단의 추가자금 지원을 전제로 법원에 사전회생계약안을 제출하면 법원 주도로 신속한 채무조정을 거쳐 3개월 정도의 단기 법정관리를 받아 일반적 기업회생절차보다 빠르게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마무리 할 수 있다.
쌍용차로서는 법원이 정식 기업회생절차 개시에 들어갔을 때 현재 자금난이 장기화할 수 있는 데다 기업 청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사전기업회생제도가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특히 새 대주주 후보인 HAAH오토모티브도 사전회생계획제도가 가동된다는 조건으로 투자에 나서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쌍용차로서는 사전회생계획제도에 속도를 낼 필요성이 높아졌다.
쌍용자동차 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HAAH오토모티브는 쌍용차가 사전회생계획제도를 밟는다는 조건으로 쌍용차에 2억5천만 달러(약 277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쌍용차 노조로서는 산업은행과 HAAH오토모티브의 자금지원과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커졌다.
우선적으로 쌍용차가 사전회생계획제도를 밟기 위해서는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제시한 노동 관련 조건을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전회생계획제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산업은행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회장은 1월초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 노사와 잠재적 투자자가 협의해서 기업의 존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만큼의 결과를 들고 산업은행에 제출해야 한다”며 “사업성 평가와 노조의 3년 단위 단체협약, 흑자전환 이전까지 노조의 쟁의행위 금지 등이 담기지 않으면 산업은행은 단돈 1원도 지원하지 않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현재 쌍용차 노조는 2009년 무분규 선언 이후 2020년까지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쟁의행위를 벌이지 않았다. 다만 단체협약 기한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문제를 놓고서는 셈법이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쌍용차 노조가 회사와 함께 쌍용차의 미래 사업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인건비 삭감 등의 추가적 노력이 사전회생계약안에 담겨야 한다. 단체협약 기한을 3년으로 늘리면 노동자의 고통분담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질 가능성이 커져 노조로서도 조합원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쌍용차는 2019년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뒤 노조가 임금 반납, 복지 축소 등으로 2020년 인건비를 30% 가까이 낮추는데 합의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2020년 쌍용차의 자구안과 관련해 “모든 걸 내려놓고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고 바라봤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28일 YTN 라디오 방송에서 “정부 지원은 단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이라며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적 대책을 만들기 위해 먼저 대대적 구조조정과 임금동결 등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사전계획서에 포함돼야 한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