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이 초고압케이블 등 전력케이블기술을 앞세워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다. 광케이블과 해저케이블 등 신사업분야의 전망도 밝다.
매각시장에서 대한전선을 탐내는 기업이 많아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한전선은 인수합병시장에서 잠재적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매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대한전선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는 2월 초 매각 예비입찰을 진행할 계획을 세워뒀는데 현재 국내와 해외 전선업계 기업들에 더해 재무적투자자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5G시대의 본격화와 신재생에너지로 전환의 시기를 맞아 대한전선의 사업 포트폴리오 매력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대한전선은 지금까지 매출의 대부분을 전력케이블 구축과 교체 수요 등에서 냈는데 이제 광케이블, 해저케이블 등 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시장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에너지발전산업은 석탄발전 퇴출과 함께 친환경에너지로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2021년 세계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한 인프라 투자 가운데서도 특히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인프라에 자금이 모일 것이다“고 바라봤다.
대한전선은 현재 쿠웨이트에 생산법인 설립을 추진하며 통신케이블부문에서 기존 구리케이블 외 광케이블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광케이블은 대용량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어 5G통신과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기술 확대에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매물로 나온 기업의 값어치에는 현재의 실적보다도 사업의 지속성, 미래 성장가능성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대한전선은 기업의 가치를 다시 평가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맞이했다고 볼 수 있다.
대한전선의 유력한 인수후보자로 꼽히던 LS전선, 일진전기 등 국내 전선업계 기업들은 전선사업 확대와 시너지를 위해 대한전선 인수를 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이유가 생긴 셈이다.
대한전선이 2020년 유럽시장에서 규모가 큰 전력케이블사업을 여러 건 수주하며 현지사업 발판을 닦아둔 점도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선기업들에게 유럽은 사업적 가치가 큰 시장이다.
유럽은 전력케이블 노후화로 기존 케이블 교체수요도 많은데 신재생에너지발전 등 친환경 인프라 투자에도 앞장서고 있다.
원자재분야 시장조사기관 CRU가 2020년 3분기 내놓은 전선·케이블시장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전력선시장 규모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그 뒤를 북미, 동북아시아 등이 따르고 있다.
2020년 기준 유럽 전력선시장 규모는 219만7천 톤에 이르고 2024년에는 254만3천 톤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2020년 북미 전력선시장 규모는 149만5천 톤, 동북아시아는 110만 톤 수준으로 파악됐다.
동종업계 기업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이 인수자로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선사업은 기술적 부분 등의 이유로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인데 이미 독자적 기술을 보유하고 국내외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굳히고 있는 대한전선을 인수하면 전선업의 진입장벽을 한 번에 뛰어넘을 수 있다.
해외 전선기업이나 재무적투자자 등의 인수전 참여도 있을 수 있다.
다만 대한전선은 초고압케이블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기업으로 해외기업이 인수하려면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해외기업 매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상황상 쉽지는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정부가 중국 등 국가의 기업이 대한전선의 인수로 기술만 빼가는 상황을 경계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허가를 받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시선이 나온다.
대한전선은 1955년 국내 최초의 종합전선기업으로 세워져 1970년대에는 재계 서열 10위 안에 들 정도의 기업으로 커졌다. 2008년까지 54년 연속 순이익 흑자신화를 보여주기도 했다.
2004년 오너2세 설원량 회장이 뇌출혈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전문경영인체제를 도입했는데 그 뒤 무리한 사업 다각화 등으로 2014년 말에는 상장폐지 등의 위기도 겪었다.
2015년 IMM프라이빗에쿼티가 인수해 경영 정상화에 나섰고 본업인 전력케이블사업에 집중하면서 2020년 연간 영업이익이 11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이에 대한전선은 매각작업을 본격화한 2020년 10월과 비교해 올해 1월 주가가 50%가량 뛰며 시가총액도 2배 가까이 커졌다.
IMM프라이빗에쿼티가 대한전선을 인수하면서 세운 특수목적 주식회사 ‘니케’는 2월 예비입찰을 앞두고 최근 대한전선 주식 일부를 처분해 매각대상 지분을 기존 54.94%에서 50%로 줄이는 등 매각 성사 가능성을 높이는 데 힘을 싣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