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피하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가고 있다. 새 주인을 찾기 위한 협상이 난항을 보이고 있다.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 협력사로 파장이 커질 수 있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노조의 고통분담을 전제로 추가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현재 진행되는 자율구조조정 프로그램 마감시한이 아직 한 달가량 남은 만큼 채권단 사이 합의를 통해 기업회생절차보다 속도가 빠른 P플랜이 적용될 가능성도 나온다.
2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앤마힌드라와 새 주인으로 거론되는 HAAH오토모티브, 채권단, 쌍용차 노사 등 사이에서 진행되는 쌍용차 회생을 위한 지분 매각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HAAH오토모티브는 책임분담을 위해 마힌드라앤마힌드라가 쌍용차의 정상화까지 지분을 일부라도 소유해야 한다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마힌드라앤마힌드라가 외국계 금융기관에 진 쌍용차 부채를 300억 원 상환했으나 아직도 300억 원가량이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마힌드라앤마힌드라는 보유지분 75%가량을 모두 털어내고 쌍용차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사실상 지분 매각협상이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상황이 이어진다면 법원이 자율구조조정 프로그램을 허가한 2월28일까지 새 주인을 찾지 못해 쌍용차는 기업회생절차 개시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법원이 자율구조조정 프로그램 시한을 1달가량 연장해 줄 수는 있지만 지분 매각협상이 중단된 상황에서 연장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자동차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더욱이 쌍용차의 상장폐지절차가 시작되는 시점도 자율구조조정 프로그램 마감기간과 맞물려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0년 연간 회계감사 보고서 제출기한은 2월28일로 쌍용차가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도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돼 매각 진행이 더욱 꼬일 수밖에 없다.
앞서 쌍용차는 2020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연속해서 감사의결 거절을 받았다.
쌍용차가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시작하면 파장이 협력사로 번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만큼 KDB산업은행이 추가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쌍용차는 우선 1월 말까지 2천억 원의 어음을 갚아야 하는데 현재로선 이를 쌍용차 자체적으로 상환하기가 쉽지 않다.
쌍용차는 임직원 월급을 50% 삭감하고 우선적으로 어음을 갚는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막아야 할 어음이 3천억 원가량 더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쌍용차 노조에 3년 단위 단체협약 등을 통해 고통분담을 요구한 것도 산업은행이 실질적 추가 지원을 하기 앞서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고 자동차업계는 보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올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 노조가 단체협약 주기를 늦추고 실적 개선 전까지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하지 말아야 추가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업회생절차 돌입 이전에 사전 구조조정 방식인 P플랜이 쌍용차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P플랜은 채무자 부채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채권자 등이 기업회생절차 개시 전까지 사전계획안을 제출하고 법원이 이를 심리·결의해 인가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을 뜻한다.
법원의 인가를 받은 사전계획안을 통해 채무자와 채권자가 신속히 재무구조 개선절차를 진행할 수 있어 쌍용차로서는 빠르게 채무상환 위기를 넘길 길이 열릴 수 있다.
이미 대주주인 마힌드라앤마힌드라도 대주주 지분 감자를 동반하는 P플랜 적용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산업은행으로서는 대주주 차원의 고통분담을 명분으로 삼아 추가 지원에 나설 수 있다.
마힌드라 최고재무책임자도 1일 인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자동차에 따른 재무적 손실은 2021년까지로 한정된다"며 "매각이 불발되면 P플랜으로 손실이 커지겠지만 2월28일까지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