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이 새롭게 열리는 맹견보험시장 진출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려동물보험과 달리 맹견보험의 시장이 크지 않아 손해율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5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하나손해보험은 이날 보험사 가운데 처음으로 맹견보험을 출시했다. 하나손해보험 이외에 삼성화재, 현대해상, NH농협손해보험 등도 맹견보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등은 기존 반려동물보험(펫보험) 상품에 특약을 추가하는 형태로 맹견 관련 보험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서 주요 보험사들이 맹견보험 상품을 내놓거나 출시 준비를 하고 있지만 메리츠화재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맹견보험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출시 여부를 비롯해 특별히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맹견보험은 맹견으로 사람이 사망하거나 후유장애, 부상 등을 겪으면 보상해주는 보험상품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동물보호법을 개정하면서 모든 맹견 주인들은 책임보험 가입이 의무화됐다.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동물보호법상 맹견 5종이 가입대상이다.
맹견 보호자는 2월12일까지 맹견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맹견보험 가입 의무화가 적용되기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인데도
김용범 부회장이 맹견보험 시장 진출에 적극적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은 맹견보험시장 규모가 작아 수익성이 크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맹견 수는 2천~3천 마리 정도여서 맹견보험시장 규모는 2억 원가량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된다. 맹견보험을 내놓은 보험사들이 시장을 나눈다면 한 보험사가 차지하는 연간 수익은 더 줄어들게 된다.
반면 보상한도는 보험료 수입보다 훨씬 클 수 있다. 맹견보험은 맹견사고로 다른 사람이 사망하거나 후유장애가 발생했을 때 1명당 8천만 원, 다른 사람이 부상을 당하면 1500만 원, 다른 동물이 다쳤을 때는 200만 원 이상을 보장해야 한다.
사망사고나 후유장애 발생 사고가 1년에 1건이라도 발생하면 손해율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구조인 셈이다. 보험사로서는 상품 개발에 드는 비용도 건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메리츠화재는 이미 반려동물보험시장에서 점유율 80~9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김 부회장으로서는 수익성 관리가 어려운 맹견보험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있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김 부회장은 2019년 삼성화재와 장기인보험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인 뒤 지난해부터 손해율 관리에 집중하는 등 수익성을 높이며 내실강화에 힘쓰고 있다”며 “맹견보험시장에서 불필요한 출혈을 감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메리츠화재는 2020년 연결기준 순이익 4천억 원가량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보다 45% 늘어나는 것이다.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손해율도 전년보다 3.8%포인트 줄어든 80.3%로 추정된다.
반면 삼성화재 등 반려동물보험 시장 점유율이 낮은 다른 보험사로서는 맹견보험을 토대로 성장성이 높은 반려동물보험시장을 공략할 여지가 있다.
반려동물보험의 시장규모는 2017년 9억8천만 원, 2018년 12억8천만 원, 2019년 112억5천만 원으로 2년 사이 10배 이상 성장했다. 보험업계는 지난해에도 2019년보다 2배가량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