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 기자 cyc0111@businesspost.co.kr2021-01-22 15: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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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현대약품 대표이사 사장이 오너3세로서 역량을 보여줘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2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현대약품의 단독대표가 된 이상준 대표가 취임 이후 공들여온 신약 연구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이상준 현대약품 대표이사 사장.
김영학 현대약품 각자 대표이사가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임기를 1년 여 남겨두고 21일 사임하면서 이 대표가 단독으로 현대약품의 대표이사 사장을 맡게 됐다.
김 대표는 2014년부터 현대약품을 이끌어왔는데 현대약품의 내부 살림을 총괄하고 이 대표는 연구개발에 주력해 왔다.
이 대표는 2017년 12월 사장에 취임하면서 “현대약품만의 특화된 제품과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신약 연구개발 의지를 보였다.
이 대표는 현대약품과 관계사 ‘바이오이노티스’를 통해 신약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이노티스는 이 대표가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약품도 2009년부터 바이오이노티스에 투자해 14%의 지분을 들고 있다.
바이오이노티스에 현대약품의 개량신약 파트가 이관됐는데 이 대표는 바이오이노티스를 통해 의약품 신기술 및 제형 개발 기술력, 제네릭과 개량신약, 화장품 브랜드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신약 개발을 위해 20일 인공지능(AI) 딥러닝 기반 신약 개발 전문기업인 파미노젠과도 손을 잡았고 지난해 6월에는 유한양행과 보령제약에서 신약 개발업무를 담당했던 김성헌 전 보령제약 중앙연구소 화학연구그룹장을 현대약품 신약연구소장 부사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2020년 5월 신약 개발 전문업체인 ‘사이러스테라퓨틱스’에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 ‘HDNO-1765’을 최대 248억 원 규모로 기술수출해 앞으로 신약 개발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쌓았다.
현대약품은 그동안 매출규모가 정체되고 영업이익도 매출에 비해 너무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 10년 동안 연매출은 1천~1300억 원 수준에 불과했고 영업이익은 2010년 12월~2011년 11월 회계연도에서 33억 원을 낸 것이 가장 많다.
그 뒤 현대약품은 2019년 12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개별기준으로 매출이 직전 회계연도보다 1.4% 감소한 1331억 원으로 나타났지만 영업이익이 83.2% 늘어난 29억 원으로 집계돼 코로나19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약품은 11월 결산법인으로 다른 국내 제약회사와 달리 12월에 다음 회계연도가 시작된다.
하지만 2020년 영업이익 증가는 판관비, 연구개발비 등 비용 및 원가 절감에 따른 것이고 2020년 초에 목표로 세운 매출 1500억 원에는 미치지 못하는 등 이 대표가 성과로 보여준 것이 아직 없다는 시선도 나온다.
현대약품에서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1월까지는 11.38% 수준이었지만 2019년 12월부터 2020년 8월까지는 8.30%에 그쳤다.
신약 개발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표에 오른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이 대표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시선도 있다. 현대약품의 체질을 바꿔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데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2020년 8월31일 기준으로 현대약품 지분 4.22%를 보유하고 있다. 개인으로는 두 번째로 많다.
아버지 이한구 회장이 17.88%, 이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바이오이노티스가 0.40%를 들고 있는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더하면 지분은 23.53%에 이르러 경영권 위협은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 회장이 보유한 지분의 안정적 승계만 남아 있는 셈이다.
이 대표는 1965년에 현대약품을 창업한 이규석 전 회장의 손자이자 이한구 회장의 장남이다. 2003년 현대약품에 입사한 뒤 미래전략본부장, 신규사업 및 연구개발부문 총괄사장을 거친 뒤 2018년 2월 이한구 회장의 사임으로 각자대표이사에 올랐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