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이 15일 갤럭시언팩 행사에서 갤럭시S21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이 중국 스마트폰시장 공략을 위해 주력 스마트폰의 가격을 내리는 전략을 꺼내들었다.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화웨이 지배력이 약화하고 있는 상황을 노려 반등의 기회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
2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중국에서 최근 출시한 갤럭시S21 가격은 4999위안(85만 원)으로 한국 출시가격보다 약 15만 원 가량 저렴하다. 전작 갤럭시S20과 비교하면 무려 2천 위안(34만 원)이나 낮아졌다.
갤럭시S21의 가격은 한국 기준으로도 전작 대비 저렴한 편이지만 중국 출시가격은 더 큰 폭으로 조정됐다.
한국 출시 모델은 저장용량이 256㎇인데 중국 모델은 128㎇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256㎇ 모델 가격은 5799위안(99만 원)으로 한국과 큰 차이가 없다.
무선사업을 이끄는 노태문 사장이 저장용량을 줄이고 가격을 낮춘 모델을 투입하면서 중국시장 전략에 변화를 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가격을 내리는 전략을 펴는 것은 기존 노 사장의 행보와는 정 반대다. 노 사장은 2020년만 해도 갤럭시Z폴드2 글로벌 모델(256㎇)보다 용량이 큰 512㎇ 모델을 중국에서 더 높은 가격으로 출시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스마트폰 판매전략을 고급화·고가에 맞췄다. 매년 폴더블 스마트폰 제품을 초고가 특별판 심계천하 시리즈인 W20 5G, W21 5G로 출시하는 등 주로 고소득층을 겨냥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중저가 대중시장에는 큰 무게를 두지 않았다. 2020년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A 시리즈 중에서는 5G스마트폰인 갤럭시A51과 갤럭시A71만 중국에서 출시했다. 2019년에 한 개 모델을 출시한 갤럭시M 시리즈는 2020년 아예 출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점유율 1% 미만으로 매우 미미한 존재다. 하지만 노 사장은 2020년 초 “중국은 중요한 시장”이라며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번에 중국시장에서 가격 내린 것은 기존 전략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새로운 접근이라고 할 수도 있다. 최대 경쟁자인 화웨이 스마트폰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샤오미, 비보, 오포 등 현지 브랜드와 점유율 쟁탈전을 벌어지게 된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가격 내리기를 놓고 중국시장에서 초반 반응은 나쁘지 않다.
갤럭시S21은 중국 사전예약 시작 5분 만에 전작 갤럭시S20의 하루 예약물량을 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포털 시나닷컴은 “갤럭시S21은 가격 측면에서 큰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미 중국에서 외국 브랜드의 저가 전략이 성공을 거둔 사례가 존재한다. 애플이 아이폰11에서 저가전략을 펴 중국시장에서 성과를 거뒀다.
애플은 2019년 9월 아이폰11 가격을 전작보다 1천 위안 가까이 인하해 출시했다. 가격 인하 전략이 적중하면서 애플의 중국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5%포인트가량 급성장해 두자릿수를 보이기도 했다.
노 사장은 갤럭시S21의 가격을 애플 아이폰12미니(5499위안)보다도 낮게 책정했다. 애플과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아직은 갤럭시S21 성공을 장담하기는 이르다. 갤럭시S21 가격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현지 경쟁사들의 가격 경쟁력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샤오미는 갤럭시S21과 마찬가지로 스냅드래곤888을 탑재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미11을 3999위안에 출시했다. 램과 저장용량이 동일하고 카메라·디스플레이 등 일부사양은 오히려 더 높은데도 갤럭시S21보다 1천 위안 저렴하다.
이 밖에도 비보 아이쿠7(3798위안), 레드미 K40(2999위안) 등도 스냅드래곤888을 탑재한 동급 스마트폰이면서도 갤럭시S21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