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20일 대전시 서구 정부대전청사에서 직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서울시장에 세 번째 도전한다.
그동안 중기부 장관을 지내면서 정치적 체급을 올린 만큼 예전보다 더 많이 준비돼 있지만 판세가 이번에도 호락호락하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오전 박 전 장관의 후임으로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곧장
박영선 장관의 사의 표명에 따른 면직안을 재가했다.
박 전 장관은 이날부터 곧장 '자유'의 몸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에 곧장 뛰어들 수 있게 됐다.
박 전 장관은 조만간 공식적으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마선언은 장소와 메시지 등에서 상징성이 커서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므로 최소 며칠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장관의 서울시장 도전은 2011년, 2018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10년 전부터 서울시장에 문을 두드려온 셈이다.
그의 첫 도전은 도전 자체에 의미가 컸다. 2004년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뒤 7년 만에 재선의원으로서 서울시장에 도전한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박 장관은 당내 경선은 통과했지만 '시민 경선'에서 무소속이었던 박원순 후보에게 졌다.
박 전 장관은 2018년에 4선 중진 의원으로 원내대표 경력까지 갖추고 두 번째 도전을 했지만 첫 번째 도전과 마찬가지로 고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고배를 마셨다.
이제 박 전 장관은 체급이 달라졌다. 여권 내 위치와 박 장관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과거 두 차례 서울시장 도전 때와는 분명 다르다.
특히 두 번째 도전 이후 2019년 4월부터 중기부 장관 수행을 통해 행정역량을 입증했다는 점은 서울시장 도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장관은 중기부 장관 이전까지만 해도 ‘저격수’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의원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면서 ‘BBK 저격수’, 재벌개혁에서 앞장서면서 ‘재벌 저격수’로 불렸다.
여러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신재민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 등을 연달아 낙마시켜 ‘낙마왕’으로 불릴 정도였다.
서울시장이 서울의 행정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저격수라는 이미지는 자칫 유권자 판단에 부정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그러나 박 전 장관은 중기부 장관을 지내면서 중기부의 위상을 높이고 중기부의 숙원이었던 세종시 이전을 성사시키는 등 성과를 보여줬다. 행정 책임자로서도 '가산점'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박 전 장관이
문재인 정부의 장관을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는 점은 당내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모으는 데도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를 하던 2015년에 당내 내분으로 탈당이 이어질 때 탈당이 유력한 인사로 꼽힐 정도로 문 대통령과 거리가 있었다. 201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는 당내 경선에서 안희전 전 충남도지사를 돕기도 했다.
박 전 장관이 서울시장에 두 번째 도전하던 2018년만 하더라도 박 장관을 향한 당내 핵심 지지층의 시선이 마냥 긍정적일 수는 없었던 셈이다. 그는 2017년 대선 경선 이후 문 대통령 캠프에 합류해 꾸준히 문 대통령과 정치적 거리를 좁혀 왔다.
박 전 장관은 일단 이미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과 당내 경선이라는 예선전을 치러야 한다. 일단 여론에서는 경쟁자인 우 의원과 비교해 절대적으로 우세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은 권리당원 50%, 여론조사 50%로 결정된다.
다만 우 의원이 당내에서 영향력이 큰 ‘86그룹’의 맏형으로 불릴 정도로 나름의 영향력을 지니고 있어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다.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도 우 의원을 공개지지했다.
박 전 장관의 세 번째 도전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번 보궐선거가 고 박원순 전 시장의 잘못에서 비롯된 데다 여론지형도 여권에 불리하다. 야권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중심으로 흥행에 성공했지만 민주당은 이제 시작이다. 박 전 장관이 새로운 메시지와 개인역량을 유권자에게 보여줘야 할 이유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