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기업 총수 일가의 등기이사 등재비율이 지난해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오너 일가는 무한한 권한을 쥐고 있으면서도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아 책임경영이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3일 내놓은 ‘2015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SK그룹 등 총수가 있는 40개 대기업 계열사 1365곳 가운데 총수 일가가 1명 이상 등기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21.7%(294개사)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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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이 비율은 2012년 27.2%에서 2013년 26.2%, 2014년 22.8%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연봉 5억원 이상을 받는 상장사 등기임원의 보수 공개가 의무화된 이후 총수 일가 이사 등재 비율이 줄었다.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그룹 내 67개 계열사의 311명의 등기임원 가운데 이건희 회장 일가의 등기임원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1명뿐이었다.
이는 ‘총수 일가 이사등재 회사의 비율이 낮은 집단’ 2위에 해당한다. 임원 등재 회사 비율로는 1.5%, 이사수 대비 등재비율은 0.3%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등기임원이 9명 있는데 현재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이나 이재용 부회장 등은 등기임원을 맡고 있지 않다.
‘총수일가 이사등재 회사의 비율이 낮은 집단’ 1위는 미래에셋그룹이었다.
미래에셋그룹은 모두 24개 계열사(등기임원 71명)를 거느리고 있는데 박현주 회장 일가 가운데 등기임원으로 등재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된 비율도 전체 계열사의 7.7%에 그쳤다. 특히 삼성그룹 SK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한화그룹 두산그륩 신세계그룹 등 13개 그룹은 총수가 그룹 내 계열사 단 한 곳에도 등기 이사로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올해 조사에서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가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한진그룹으로 6개사가 줄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땅콩 회항’ 사건 이후 3개 계열사의 등재이사에서 자진 사임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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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
총수 일가 이사 등재 비율이 높은 대기업집단은 부영그룹(86.7%), 세아그룹(71.4%), 현대그룹(68.4%) 등이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한국 현실에서 이사로 등재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총수가 실질적 영향력을 발휘한다”며 “총수가 이사회에서 빠지는 것은 책임경영 기조가 후퇴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 중 지주회사로 전환한 경우 총수 일가 이사등재 비율이 월등히 높아 소유구조 투명성뿐만 아니라 책임경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며 “앞으로도 시장감시 기능을 활성화하고 자율적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