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규 하나은행장이 생활금융 플랫폼 경쟁을 앞두고 다른 산업과 연합군을 꾸리기에 분주하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플랫폼 경쟁과 관련해 위기의식을 보인 만큼 지 행장도 위기를 기회로 바꿔내기 위해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10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지 행장은 모바일뱅킹앱 하나원큐를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바꾸기 위해 부동산, 모빌리티, 애완동물, 건강관리 등 4대 디지털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생활금융서비스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받을 제휴처를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 행장이 모바일뱅킹앱을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바꾸기 위해 속도를 내는 것은 2018년 10월 오픈뱅킹서비스에서 시작된 시중은행들의 모바일플랫폼 경쟁이 이제 음식주문, 부동산, 쇼핑 등 생활금융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은행의 플랫폼사업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마자 신한은행은 금융위원회의 규제샌드박스제도를 활용해 음식중개 플랫폼을 준비하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7월 신한은행은 관련 서비스를 선보인다.
지 행장은 그동안 부동산, 여행, 자동차 등 다른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춘 플랫폼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어왔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2월부터 프롭테크(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 스타트업과 손잡고 하나원큐앱에서 고객조건에 맞는 아파트를 찾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부동산 직거래 플랫폼 ‘피터팬의 좋은방 구하기’를 운영하는 두꺼비세상과 손잡고 부동산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골프장 예약서비스, 숙박 예약서비스, 모바일쿠폰 선물하기, 중고차 매매 등 다양한 생활금융서비스를 하나원큐에 채워 넣고 있다.
시중은행 사이 생활금융 플랫폼 경쟁은 위기인 동시에 기회다.
부동산, 모빌리티 등 다른 산업의 플랫폼 고객을 잠재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으며 관련 데이터를 접목해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올해 안에 시장 지배력을 갖춘 부동산정보 플랫폼과 제휴를 통해 전세대출시장을 공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사용자들이 몰릴수록 사용자가 늘어나는 ‘네트워크효과’, 플랫폼을 한 번 이용하기 시작하면 잘 바꾸지 않는 ‘잠금효과’ 때문에 경쟁 초기에 고객을 선점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점은 하나은행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2021년 신년사에서 생활금융 플랫폼을 향한 의지와 함께 위기의식을 나타냈다.
김 회장은 “플랫폼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다”며 “플랫폼사업자의 상품 공급자로 전락하기 전에 다양한 생활 플랫폼과 제휴해 하나금융그룹이 주도하는 생활금융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