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내년 통화정책의 방향을 놓고 고민이 깊어졌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한국도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자본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성장 문제와 가계부채 부담을 고려하면 금리를 지금 수준보다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내년 기준금리 동결 전망 높아
미국은 17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지만 한국은행이 당분간은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
|
|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기준금리 인상이나 인하 카드 양쪽을 섣불리 빼들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이 커져 소비가 위축될 위험이 생긴다.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엔 자본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이 총재도 10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미국 금리인상이 시장에 상당부분 반영됐고 속도도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대응하는데 시간적 여유가 있다”며 “미국의 금리인상이 곧바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은행이 물가 등 국내 경기상황을 우선으로 고려해 기준금리를 결정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동결로 갈 가능성이 크고 2017년에 경기가 회복되고 나서 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홍철 동부증권 채권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금리를 올렸지만 한국은 상당기간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며 “한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결정에 중요한 요소는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인데 내년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는 느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통화정책과 한국의 통화정책 방향이 항상 동조성을 나타내지는 않았다.
미국이 2004년 6월부터 금리를 올렸을 때도 한국은행은 오히려 그해 8월과 11월 기준금리를 내렸다. 한국은행은 2005년 10월에야 기준금리를 올렸다.
◆ 경기 고려해 추가 인하 요구 목소리
경기부양을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내년에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본다”며 “중국과 일본이 내년 봄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한국도 수출 경쟁력을 위해서 금리를 따라 내려 환율을 높이려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의 경제체력은 다르다”며 “한국은 수출이 줄고 있고 기업구조조정에 따라 내년 내수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
|
▲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
이슬비 교보증권 연구원도 “한국 경제는 수출부진과 민간소비 제약으로 경기부진 우려가 높은 상황”이라며 “내년 기준금리는 현재 수준보다 더 인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은행은 2015~2018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3.0∼3.2%로 추산했다. 2012년에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가 잠재성장률을 3.8% 수준이라고 밝힌 것과 비교하면 3년 만에 0.6∼0.8%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2016~2018년 물가안정목표를 2%로 낮게 설정했다. 6개월 이상 목표치에서 ±0.5%포인트 넘게 벗어날 경우 이 총재가 나서서 설명하도록 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은행이 그동안 인플레(물가상승) 파이터로서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디플레(물가하락·경기침체) 파이터로 역할을 변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금리 추가인하를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