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을 다시 꺼내들며 선명성을 높이고 있다.
24일 정치권의 말을 종합하면 이 지사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국민적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의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며 여론의 공감대를 얻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지사는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14개 카드사로부터 받은 소비 관련 데이터를 통해 재난기본소득 10만 원 지급으로 최대 18만5천 원의 소비효과가 났다는 경기도의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그는 “갈등과 소외감을 부추기며 경제 효과도 제한되는 선별지급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준칙이나 기존 관행이 아니라 현실의 엄중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적었다.
기획재정부나 경제연구기관이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면서 선별지급을 고집하는 것과 궤를 크게 달리하는 목소리다.
이 지사는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서 건물을 임차해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월세 부담을 나누는 데에도 적극적 재정지원을 주문하고 있다.
정치권 일부에서 임차료 지급 의무를 중지하거나 줄이는 식으로 임대인과 고통분담이 되도록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이 지사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역화폐를 지급해 임차료를 지원하는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재확산국면에서 '
이재명 표 정책'을 더욱 선명하게 보이려고 하는 셈이다.
이 지사는 코로나19가 확산하는 동안 방역정책을 통해 위기관리 능력을 경기도민과 국민들에게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각종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이 지사가 선두권에 이름을 올린 데는 방역성과가 한 몫 했다는 분석이 많다.
대통령선거까지 바라보는 이 지사로서는 경제 방역을 통해 경제정책의 역량도 입증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여론의 동향도 보편지급에 찬성하는 의견이 이전보다 많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리얼미터가 11월2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3차 재난지원금의 지급방법을 놓고 응답자의 57.1%가 보편지급, 35.8%가 선별지급을 지지했다.
9월8일 발표된 2차 재난지원금 관련 여론조사에(보편지급 45.8%, 선별지급 49.3%)와 견줘보면 보편지급 의견이 뚜렷하게 많아졌다.
다만 이 지사가 제안하는 경제정책들이 지나치게 재정 의존적이란 비판도 나온다. 경제 방역이 되레 이 지사의 경제적 비전문성이나 독단적 성격을 부각시킬 수도 있다는 시선도 있다.
이 지사는 재난지원금 지급방식을 놓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선별지급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이 지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전쟁 중 수술비를 아낀 것은 자랑이 아니라 수준 낮은 자린고비임을 인증하는 것”이라며 홍 부총리에게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이에 앞서 22일에는 우리나라 올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 대비 4.2%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가운데 4번째로 적다는 통계를 거론하며 재정관리를 이유로 보편재난지원금 지급에 계속 반대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겨냥했다.
이 지사는 “올해 선진국 재정적자 평균은 GDP의 13.1%. 미국, 영국, 일본은 이보다 크다”며 “이는 세계가 코로나19에 따른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전쟁 시기에 버금가는 막대한 수준의 재정을 쏟아붓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런 결과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를 비롯한 기재부에 묻고 싶다. 뿌듯한가”며 대놓고 비판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큰 바위는 바람이 몰아쳐도 꿈쩍하지 않듯 진중한 자의 뜻은 사소한 지적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의 법구경 문구를 올리며 이 지사를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위기극복과 경제회복을 위해 곁눈질할 시간,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앞으로 더 이상의 대응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을 회의적으로 보는 연구결과도 있다. 23일 발표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1차 재난지원금정책의 효과를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재난지원금 100만 원을 지급 받은 가구가 26만~36만 원을 소비에 쓴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보편적으로 지급한 1차 재난지원금의 소비진작 효과가 제한적이므로 피해업종에 직접적 소득 지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이 지사의 주장과는 상반된 결론을 내린 셈이다.
이 지사가 경제정책을 놓고 경제부처나 경제연구원들과 마찰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홍남기 부총리와는 1·2차 재난지원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서로 이견을 보인 바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이 지역화폐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의 증거를 찾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자 ‘얼빠진 국책연구기관’ 등의 강력한 비난을 퍼부은 적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