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는 왜 다시 부도 위기에 몰렸을까?

판매 부진, 최대주주의 투자 중단,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등이 원인으로 꼽히는데 새로운 투자자를 찾더라도 미래차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 확대가 시급해 보인다.
 
비운의 쌍용차 코로나19에 무너져, 미래차 확신줄 수 있을지 미지수

▲ 예병태 쌍용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23일 쌍용차의 최근 10년 판매실적을 분석해 보면 2016년 15만5754대의 완성차를 팔아 역대 최다 판매기록을 세운 뒤 매년 판매량이 줄었고 올해는 2010년 이후 10년 만에 최소 판매량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차는 특히 판매 부진이 매년 심화하고 있는데 판매 감소폭은 2018년 1.2%, 2019년 6.5%에 이어 올해는 두 자릿수까지 커졌다.

쌍용차는 올해 들어 11월까지 국내외에서 모두 9만6763대의 완성차를 팔았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9.3% 줄었다.

지금 흐름이라면 올해 11만 대 판매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이는 과거 법정관리를 겪던 2010년 8만215대 이후 가장 부진한 성적이다.

쌍용차는 2016년 영업이익을 낸 뒤 최근 4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영업손실 규모도 2018년 642억 원, 2019년 2819억 원에 이어 올해 3분기까지도 벌써 3090억 원으로 매년 커지고 있다.

판매 부진이 2009년 이후 11년 만에 다시 부도 위기에 몰린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이유다.

쌍용차는 2015년 출시한 소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티볼리 이후 내세울 만한 인기모델을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해 초 2011년 이후 8년 만에 코란도 완전변경모델을 야심차게 출시했으나 티볼리와 유사한 디자인 등으로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며 인기몰이에 실패했다.

쌍용차는 티볼리, 코란도, 렉스턴, 렉스턴스포츠 등 SUV 중심의 4개 차종을 운영하고 있어 신차 하나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면 전체 판매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티볼리 역시 2015년 이후 최근 5년 동안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GM 등이 국내 소형SUV시장에 경쟁 차종을 줄줄이 내놓으면서 판매량이 2016년 5만6935대에서 올해 2만 대 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는 코로나19까지 겹쳤다.

코로나19 확산은 쌍용차의 판매 감소를 가속화하는 동시에 최대주주인 마힌드라앤마힌드라의 투자계획 철회도 불렀다.

마힌드라앤마힌드라는 파완 쿠마 고엔카 사장이 올해 1월 직접 한국을 찾아 쌍용차에 23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히며 경영 정상화를 향한 의지를 보였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인도사업 부진으로 4월 투자계획을 접었다.

마힌드라앤마힌드라는 코로나19에 따른 도시 봉쇄조치로 4월 인도 현지에서 자동차를 한 대도 팔지 못하는 등 올해 본사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마힌드라앤마힌드라가 투자하기로 했던 2300억 원은 쌍용차가 연체한 대출원금 1575억 원을 갚고도 남는 규모인 만큼 쌍용차는 마힌드라앤마힌드라의 투자 철회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마힌드라앤마힌드라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영 정상화의 의지를 보였다면 한국GM의 사례처럼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의 추가 지원이 이뤄졌을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도 쌍용차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된다.

쌍용차 직원 1명당 1년 평균급여는 2016년 처음 8천만 원을 넘겼는데 적자상황 속에서도 2018년 8900만 원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8600만 원으로 조금 낮아졌다.

8600만 원의 급여는 기아자동차, LG전자 등과 같은 수준이다. 기아차와 LG전자는 지난해 개별기준으로 각각 1조5천억 원과 166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쌍용차는 비용 절감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맨다고 했지만 산업은행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쌍용차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임금 반납, 복지 축소, 자산 매각 등을 시행한 뒤에도 노력이 부족하다며 ‘생즉사 사즉생’이 마음으로 더욱 강도 높은 자구안을 시행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쌍용차가 신규 투자자를 구하더라도 급변하는 미래차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지는 미지수다.

쌍용차가 과거 기업회생 신청을 냈던 2009년과 달리 지금은 자동차시장의 중심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쌍용차는 현재 친환경차모델을 단 한 종도 보유하고 있지 않아 미래차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장기간 지속적 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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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차가 내년 상반기 출시를 준비하는 전기차 'E100' 이미지.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22일 YTN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 출연해 “쌍용차가 내년 전기차 E100을 출시한다고 하지만 내년에는 수입차까지해서 가성비 좋은 전기차가 국내에 20종정도 출시될 것”이라며 “(미래차시대에) 쌍용차의 장점을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쌍용차가 최근 내놓은 신형 렉스턴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SUV시장에서 장점을 살린다면 미래차시대를 준비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2025년이 돼도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그친다.

전기차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내연기관차시장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것은 아닌 만큼 쌍용차가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다면 미래를 준비할 시간을 확보할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이번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더 탄탄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