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자산운용이 이현승 대표이사 사장 단독대표체제로 전환해 경영체제의 변화를 꾀한다.
이 사장은 대체투자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고 실적 증가세를 이어가기 위해 힘을 낼 것으로 보인다.
22일 KB금융그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사장이 연임하면서 단독대표이사를 맡게 되고 기존 각자대표이사였던
조재민 KB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은 고문으로 물러나게 된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올해 안에 KB자산운용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친 뒤 이 사장의 연임이 확정된다”고 말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조 사장은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고문을 맡게 된다”고 말했다.
이 사장과 조 사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KB자산운용은 각자대표체제 도입 3년 만에 단독대표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KB자산운용이 올해 코로나19에도 상반기 기준 사상 처음으로 영업수익이 7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준수한 실적을 거뒀기 때문에 이 사장은 단독대표체제에서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장은 대체투자 대상을 확대해 고객에게 다양한 투자처를 제공하고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KB자산운용은 대표상품인 ‘KB밸류포커스펀드’, ‘KB중소형주포커스펀드’ 등을 통해 국내 대표적 가치투자 운용사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수익률 부진이 이어지면서 펀드자금도 지속적으로 빠져 나갔다.
또 KB자산운용에서 가치투자의 상징적 인물로 꼽혔던 최웅필 상무가 사임하면서 주식운용조직도 축소개편됐다. KB자산운용은 9월 기존 대표이사 산하 액티브운용본부와 밸류운용본부를 각각 액티브운용실과 밸류운용실로 축소하고 주식운용본부 산하로 배치했다.
반면 KB자산운용 대체투자 규모는 2018년부터 해마다 2조 원 이상 증가하면서 연간 20%가 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프라, 해외부동산, 사모대출펀드 등 대체투자 영역 확대를 통해 국내 자산운용사 가운데 사업 포트폴리오가 가장 잘 짜여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5월에는 국민건강보함공단의 1조4천억 원 규모 대체투자 주간운용사 자리를 따냈다. 이를 두고 KB자산운용이 외부위탁운용관리(OCIO)시장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대체투자부문 역량을 인정받은 결과라는 시선도 나왔다.
10월에는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본인가를 취득하면서 자산 투자수단도 다양화했다.
특히 이 사장이 주도해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투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 및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친환경 정책을 내세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당선 등으로 ESG 관련 투자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KB자산운용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누적 투자액이 1조5천억 원 수준으로 업계 1위다. 바이오가스와 풍력 등으로 투자처를 다변화하고 있으며 미국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 스페인 태양광 발전 등 투자를 통해 해외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KB자산운용의 ESG 관련 인프라펀드 설정액도 6월에 2조 원을 돌파했다. 올해 들어 6개월 만에 4천억 원이 증가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으로 세계 ESG 관련 펀드 총자산은 1조3천억 달러로 집계됐다. 2019년 말과 비교해 11개월 만에 51% 증가한 수치다.
ESG투자 확대는 KB금융지주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ESG경영 기조와 발을 맞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KB금융지주는 3월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이사회 안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등 이사 전원이 참여하는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9월에는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탄소배출산업에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ESG경영 강화에 힘쓴 공을 인정받아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에서 5년 연속으로 최고 등급을 받기도 했다.
KB자산운용은 2017년 조 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1년 뒤 이 사장이 대표이사로 영입되면서 각자대표체제를 도입했다. 조 사장은 리테일·채권 등 전통자산부문을, 이 사장은 인프라·부동산 등 대체투자부문을 맡아왔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