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징계처분을 놓고 법적 대응을 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전선을 세우고 있다.

그동안 펼쳐졌던 '추미애-윤석열' 전선을 '문재인-윤석열' 전선으로 키워 정치판에 나설 때 몸집을 최대한 키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전선 세우다가 발뺀 윤석열, 대선 체급 높이기 시도 계속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은 17일 징계처분에 관한 집행정지 신청과 처분취소 청구소송을 냈는데 윤 총장의 소송대리인 이완규 변호사는 입장문에서 “대통령의 처분에 관한 소송이니 대통령에게 한 소송이 맞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이번 징계의 집행주체가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이번 소송 제기가 문 대통령에 대한 도전이라는 해석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먼저 "대통령에게 한 소송"이라고 규정해 전선의 격상을 숨기지 않았다.

윤 총장 쪽의 이런 행보를 두고 징계가 결정된 만큼 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정치적 체급을 올리려 한다는 해석도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윤 총장이 추 장관을 넘어 문 대통령과 전선을 형성하면서 윤 총장이 사실상 새로운 정치행보를 시작한 것이라는 시선도 자리잡고 있다.

추 장관과 대립하는 일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명분 삼아 검찰조직 수장으로서 불가피했다 할 수 있지만, 문 대통령과 대립하게 되면 윤 총장은 보수세력 전체의 선두에 스스로를 세우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윤 총장에게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만약 윤 총장이 문 대통령과 맞서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검찰조직과 보수세력의 힘을 결집하는 데 성공한다면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검찰개혁에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다. 

검찰의 핵심을 겨눌지 모르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의 칼날을 막아낼 힘도 생긴다.

보수세력은 더욱 더 윤 총장 주변으로 결집하면서 대통령선거후보 경쟁력도 결정적으로 높아진다. 추미애 장관과 대립할 때와 견줘 정치적 과실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대립은 그동안 '추미애-윤석열 대립'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일단 총장 징계는 대통령의 '재가' 사항이 아니라 '집행' 사항이다. 검사징계법 제23조에는 ‘해임·면직·정직·감봉의 경우 징계의 집행은 법무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고 명시돼 있다. 대통령의 허가나 승인, 징계조정 등에 관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이런 법률적 판단에도 윤 총장이 문 대통령과 날을 세운다면 윤 총장의 진정성은 의심받고 대통령선거후보를 위해 야심을 보이고 있다는 의구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윤 총장에게 우호적이었던 중도층이 등을 돌릴 수도 있게 되고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명분도 더욱 힘을 얻을 수도 있게 된다.

이를 의식한 듯 이완규 변호사는 18일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표현은 지나친 단순화이자 왜곡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앞으로 윤 총장의 대응은 행정법원의 가처분신청 인용 여부가 첫 번째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의 신청이 인용되면 야당을 비롯한 보수층의 공세가 다시 가열되고 윤 총장은 정국의 중심에 다시 설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가처분신청이 인용되지 않으면 윤 총장은 완전히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할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