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가 액상커피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장수 브랜드 '레쓰비'에 힘을 싣는다.
롯데칠성음료는 액상커피시장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해왔는데 최근 들어 위협받는 상황에 놓여있다.
17일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2021년을 액상커피시장에서 레쓰비 브랜드가 재도약하는 한 해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액상커피는 RTD(Ready to Drink)커피라고 불리는데 밖에서 들고 다니며 마실 수 있도록 캔과 페트병, 컵에 담긴 형태로 제조된 커피음료를 말한다.
커피전문점에서 판매하는 드립커피, 주로 스틱 형태로 유통되는 인스턴트커피(분말커피)와는 구분된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2021년에 새로운 레쓰비 신제품을 출시하고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레쓰비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는 브랜드 강화방안으로 뉴트로 유행을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러 장수 브랜드 등은 복고풍의 재해석이라는 뜻을 지닌 뉴트로 유행을 타면서 젊은 고객을 사로잡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진로 브랜드와 대한제분의 곰표 브랜드가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특히 하이트진로는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진로이즈백이라는 히트상품을 만들어 7개월 만에 1억 병을 넘게 판매하며 소주시장 1위 지위를 공고히 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4월 칠성사이다 출시 70주년을 맞아 향수와 열쇠고리 등 다양한 굿즈상품을 기간 한정으로 판매하는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이는 브랜드의 정통성을 살리면서 20~30대 취향에 맞게 재해석해 인기를 끌었으며 과거 칠성사이다 제품 디자인과 광고를 그대로 재현해 중장년층에게 향수를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레쓰비 브랜드에 힘을 실어줄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쓰비는 출시 30주년을 앞둔 장수 브랜드다.
1991년 레쓰비가 출시했을 당시만 해도 시장에서는 동서식품 맥스웰과 네슬레 네스카페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롯데칠성음료는 맛과 품질을 개선하고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면서 1998년 레쓰비를 1위로 만드는 데 마침내 성공했다.
그 뒤 레쓰비 브랜드를 앞세워 20년 넘게 액상커피시장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2019년 전체 매출의 12.2%인 2800억 원을 액상커피에서 거둬들였다. 레쓰비 캔커피 제품은 한국과 러시아 등에서 해마다 4억 캔 이상 판매되고 있다.
최근 액상커피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소비자들의 입맛이 다양해진 가운데 스타벅스, 티오피 등 강력한 브랜드를 앞세운 동서식품의 공세에 점유율을 뺏기고 있다.
2019년 닐슨코리아가 조사한 판매액 기준 집계자료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국내 액상커피시장에서 점유율 26.4%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동서식품 점유율 23.5%로 추격을 당하고 있다.
게다가 매일유업(16.3%)과 코카콜라(10.4%)도 페트와 컵커피를 중심으로 점유율을 키워가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액상커피시장 규모는 2019년 판매액 기준 1조3천억 원 수준으로 해마다 3%씩 성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캔커피시장 규모는 5500억 원에 이른다.
음료업계에서는 올해 액상커피시장이 10% 이상 성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커피 수입량은 5% 늘었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카페 영업이 제한되고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사무실용 스틱커피 판매량이 줄고 그 수요가 대부분 액상커피로 몰리고 있다.
올해 롯데칠성음료가 액상커피시장에서 일시적으로나마 동서식품에 밀렸던 만큼 박 대표는 특히 점유율 지키기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동서식품은 올해 4월 판매액 기준으로 점유율 25.5%를 보여 롯데칠성음료 24.6%를 앞섰다.
박윤기 대표는 1970년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롯데칠성음료에 입사해 2009년 마케팅팀장, 2014년 마케팅부문장, 2017년 해외사업부문장을 맡으며 국내외 영업에서 잔뼈가 굵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