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수 RFHIC 대표이사가 해외 5G통신장비시장에서 본격적 수확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는 회사의 대표제품 질화갈륨 트랜지스터를 앞세워 미국을 비롯한 해외 통신장비시장에서 매출을 늘리며 올해 코로나19에 따른 영업손실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RFHIC 5G시대 드디어 열렸다, 조덕수 고주파통신장비 들고 글로벌로

▲ 조덕수 RFHIC 대표이사.


10일 통신장비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세계 각국에서 5G시대로 진입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이동통신사, 시스템통합(SI) 기업 등에서 고주파수 대역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5G통신은 빠른 속도가 핵심으로 보통 3.5기가헤르츠의 고주파수와 28기가헤르츠의 초고주파 대역을 사용한다. 

이에 따라 5G통신에서는 네트워크 속도를 올리기 위한 부품인 고출력 트랜지스터가 필수부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RFHIC는 바로 이 고출력 트랜지스터인 질화갈륨 트랜지스터를 주력으로 생산해 판매하는 기업이다. 

조 대표는 2017년 RFHIC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연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2~3년 안에 펼쳐질 5G통신시대를 선도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는데 조 대표가 기다려온 5G시대가 열리고 있다.

RFHIC는 질화갈륨 소재를 적용한 무선주파수 트랜지스터와 전력 증폭기 부문에서 세계 2위에 올라있는 기업이다. 

세계적으로 고주파수에 적합한 질화갈륨 트랜지스터를 생산하는 기업은 RFHIC와 일본 기업 스미모토 정도다.

RFHIC는 질화갈륨 트랜지스터부문에서 5G통신설비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를 고스란히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기가헤르츠 이상의 고주파수를 사용하는 이동통신사가 늘어나고 있어 2021년 질화갈륨 트랜지스터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시작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질화갈륨 트랜지스터 수요 증가로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 RFHIC는 예상보다 더 큰 폭의 성장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글로벌 통신장비사업을 하는 삼성전자는 이미 질화갈륨 트랜지스터 전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노키아와 에릭슨도 2021년부터 질화갈륨 트랜지스터 사용 비중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 등은 모두 RFHIC의 핵심 고객사다.

특히 삼성전자는 앞서 9월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으로부터 대규모 통신장비 수주를 따냈고 화웨이 이슈에 따른 반사이익이 더해져 2021년 초 미국 AT&T 등에서도 통신장비 관련 대규모 수주가 예상된다.

백인범 유안타증권 PB(프라이빗 뱅커)는 10일 매일경제TV에 출연해 “화웨이 이슈 등으로 해외 통신장비 관련 수주 등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통신장비 벤더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그는 “RFHIC는 삼성전자 내 트랜지스터 관련 점유율이 70~80%에 이르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수주 확대는 곧 RFHIC의 수혜로연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FHIC는 미국, 인도 등 해외 통신장비시장에서도 5G 본격화에 따른 수혜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RFHIC는 올해 국내 5G투자 둔화, 중국 화웨이로 매출 중단 등으로 2분기와 3분기 각각 영업손실 27억 원, 39억 원을 내며 잠시 실적이 주춤했다.

RFHIC는 사실상 중국 매출이 중단된 상황이라 실적 반등을 위해서는 미국시장 성과가 중요했다. 그런데 2020년 4분기부터 드디어 삼성전자, 노키아 등을 통한 미국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RFHIC는 4분기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에 LTE용 질화갈륨 트랜지스터를 공급하고 있는데 2021년에는 미국에서 5G용 물량 수주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리서치센터는 RFHIC의 질화갈륨 트랜지스터 매출이 2020년 449억 원에서 2021년 1406억 원으로 216%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힘입어 RFHIC는 내년 영업이익 379억 원을 올리며 올해 영업손실 26억 원에서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조 대표는 1999년 무선주파수(RF)부품회사를 운영하던 형 조삼열 회장과 함께 RFHIC를 세웠다.

RFHIC는 당시 벤처 열풍에 힘입어 130억 원을 투자받았지만 그 뒤 10년 동안 제대로 실적을 내지 못했다. 첫 3년 동안은 매출이 아예 없었고 그 뒤 7년 동안도 적자를 지속했다.

하지만 형제는 차별화한 원천기술을 개발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로 당시 한국 기업들이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던 질화갈륨 무선주파수 증폭기 연구개발에 매달렸다.

질화갈륨은 기존 실리콘 소재의 증폭기보다 효율은 10% 이상 높고 제품 크기는 절반 수준이다. 또 전력 소비량은 20%까지 절감할 수 있는 소재였지만 가격이 비싸 군사용, 인공위성 등의 부품에만 적용돼왔다.

조 대표와 조삼열 회장은 2005년 마침내 질화갈륨을 적용한 무선주파수 전력 증폭기 기술을 글로벌 기업들보다 5년이나 앞서 개발했다. 2010년에는 질화갈륨 전력 증폭기 및 트랜지스터 상용화에도 성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