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한화종합화학 상장을 연기할까?
한화그룹은 삼성그룹으로부터 한화종합화학을 인수하면서 2021년 4월을 목표로 상장을 추진하기로 했는데 화학업황 불황과 니콜라 사기 논란 등 부정적 변수가 많아 상장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 (왼쪽부터) 한화종합화학 사업부문 박흥권 대표이사와 한화종합화학 전략부문 박승덕 대표이사 |
4일 투자업계(IB)에 따르면 한화종합화학은 최근 외국 증권사 2곳을 상장 대표주관사로 선정했지만 아직 주관계약은 체결하지 않아 기업공개를 위한 본격적 준비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화종합화학은 앞서 8월 말 외국계 증권사 8곳가량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내는 등 2021년 4월 목표로 상장 추진을 본격화했다.
한화그룹은 삼성그룹과 2015년 화학과 방산부문의 대규모 거래(빅딜)를 단행하면서 자금사정을 고려해 삼성물산과 삼성SDI가 보유하고 있는 한화종합화학 지분의 24.1%를 2021년 4월 안에 주식시장에 공개해 남은 매각대금을 청산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앞서 8월 상장 추진을 본격화했던 때와 달리 니콜라 사기 논란과 업황 불황 등 여러 악재가 더해지자 상장을 뒤로 미룰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한화종합화학이 삼성그룹과 2021년 4월까지 상장을 약속하면서 기업공개 시한을 1년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상장을 미룰 수 있다는 시선에 힘을 실어준다.
한화종합화학에게는 업황 불황이 우선 악재로 꼽힌다.
한화종합화학은 단일제품으로 폴리에스테르 섬유와 페트병의 원료인 고순도테레프탈산(PTA)을 생산하고 있는데 중국 고순도테레프탈산(PTA) 기업들이 내년부터 3년 동안 3천만 톤가량의 공격적 증설을 단행하기로 하면서 업황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전망됐다.
한화종합화학은 중국 물량공세에 따른 공급과잉과 코로나19 등 업황이 어려워 수익성에서 고전하고 있던 가운데 다시 중국 화학기업의 증설로 내년 실적에 부담이 생기게 된 것이다.
한화종합화학은 니콜라 사기 논란으로 시장의 투자 기대감이 한풀 꺾였다.
니콜라 지분과 관련한 시장의 투자 기대감이 컸던 만큼 반대로 기업가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에너지와 함께 2018년 600억 원가량에 사들인 미국 수소트럭회사 니콜라의 지분 6.13% 가치가 앞서 9월 초 글로벌 수소경제 활성화와 미국 완성차기업 GM과 협력 등에 힘입어 1조 원 수준까지 뛰어오르면서 시장에서도 상장에 기대감이 더욱 고조됐다.
당시 한화종합화학은 보유한 니콜라 주식만으로도 기업가치가 1조 원이 더해질 수 있다고 평가됐다.
하지만 니콜라의 창업자 겸 회장 트레버 밀턴이 사임하고 최근 미국GM마저 니콜라 지분인수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히면서 니콜라 주가는 50달러 선에서 20달러 선을 밑돌며 급락했다.
한화종합화학이 지분 50%를 보유한 자회사 한화토탈의 실적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부진하다는 점도 상장 추진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토탈은 2016년~2018년 3년 연속으로 영업이익을 1조 원 이상 내며 한화그룹의 최대 현금 창출원 역할을 담당해온 만큼 한화종합화학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크다.
하지만 2019년 업황 불황으로 영업이익이 반토막이 나고 올해 코로나19로 1분기 영업손실 2634억 원을 내며 적자전환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 767억 원을 냈다.
한화종합화학 관계자는 "기업공개(IPO)와 관련된 사항은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