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0-12-02 13:34:17
확대축소
공유하기
삼성전자가 이정배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해 메모리사업부장을 맡겼다.
이 사장은 그동안 여러 반도체제품을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데 실무를 맡아 공을 세웠다. 이번 임원인사로 삼성전자의 대표사업이자 현금 창출원(캐시카우)인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경쟁사들을 상대로 1위를 지키는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됐다.
▲ 이정배 신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2일 삼성전자는 이정배 메모리사업부 D램개발실장 부사장의 승진을 포함한 정기 사장단인사를 발표했다.
이 부사장은 사장 승진과 함께 메모리사업부장으로 선임됐다. 전임 메모리사업부장 진교영 사장은 종합기술원장으로 옮겼다.
이 사장은 메모리반도체 중에서도 D램 분야에 잔뼈가 굵다. 1967년 태어나 이날 사장으로 승진한 3명 가운데 가장 젊기도 하다.
서울대학교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95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설계팀에 입사했다. 이후 메모리사업부에서 D램설계팁장, 상품기획팀장, 품질보증실장, D램개발실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
이 사장이 D램 설계를 맡던 2009년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40나노급 D램 개발에 성공했다.
2010년에는 처음으로 30나노급 D램을 선보이며 1년 만에 반도체 미세공정 한계치를 넘었다. 이전 세대보다 데이터 처리속도를 개선한 DDR4 D램을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이후 출시된 실리콘관통전극(TSV) 적층 D램, 20나노급 모바일 D램 등 다른 ‘세계 최초 D램’들도 이 사장의 손을 거친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다고 이 사장이 낸드플래시 등 다른 메모리반도체에 밝지 않은 것도 아니다.
이 사장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팀장으로 있으면서 삼성전자가 서버용 15.36TB 용량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초소형 512GB SSD, 256GB 유니버설플래시스토리지(UFS) 카드 등 여러 낸드플래시 기반 제품들을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데 공헌했다.
이 사장은 최근에는 극자외선(EUV) 공정 기반 D램 등 첨단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극자외선 공정은 웨이퍼에 빛으로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에서 기존 광원보다 파장이 짧은 극자외선을 이용해 더 가는 회로를 구현하는 기술을 말한다. 반도체는 회로가 미세해질수록 성능과 전력 효율 등이 개선된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극자외선 공정에서 3세대 10나노(1z)급 모바일 D램 생산에 들어갔다고 8월 밝혔다.
당시 이 사장은 “이번 D램은 역대 최고 개발 난도를 극복하고 미세공정 한계 돌파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제품”이라며 “프리미엄 D램 제품군을 지속 확대해 고객 요구에 더욱 빠르게 대응하고 메모리시장 확대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처럼 메모리반도체사업에서 뛰어난 역량을 증명해 온 만큼 삼성전자의 시장 선도적 위치를 지키는 데 적합한 인재로 평가받는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분기 기준 D램 점유율 43.5%, 낸드플래시 점유율 31.4%를 보여 각 분야 2위 기업들과 10%포인트 이상의 점유율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다만 다른 경쟁사들도 최근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어 삼성전자가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이어 극자외선 기반 D램 양산을 추진하고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하며 메모리반도체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11월 세계 첫 176단 적층 낸드플래시 양산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이 사장은 이번 승진과 함께 메모리사업부장으로서 D램뿐 아니라 낸드플래시, 솔루션 등 모든 메모리 제품에서 경쟁사와 초격차를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