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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왼쪽)와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 |
올해 임원인사에서 그룹별로 오너 후계자들이 대거 승진되고 있다.
특히 30대 젊은 오너 후계자들이 전무에 올라 전진배치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갑작스럽게 쓰러지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을 맡게 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후계자들을 미리 경영전면에 배치해 충분히 승계구도를 다질 수 있는 시간을 줘 경영공백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7일 재계에서 실시된 임원인사를 살펴보면 30대의 젊은 오너 후계자들의 초고속 승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는 6일 실시된 한화그룹 임원인사에서 승진했다. 한화그룹은 “김 전무는 세계 1위의 태양광회사를 만들고 사상 최대실적을 달성하는데 핵심적인 공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김동관 전무는 상무가 된지 1년 밖에 되지 않아 승진 가능성이 낮다고 점쳐졌다. 그러나 이런 예상을 깨고 초고속 승진을 했다.
업계에서 김 전무가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이끈 공로도 있지만 김승연 회장이 집행유예상태로 경영에 제약이 있는 만큼 김동관 전무의 보폭을 확대하기 위해 승진을 결정했다는 시각도 있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의 장남인 정기선 전무도 이번에 승진했다.
정 전무도 상무가 된지 1년 만에 초고속 승진을 했다.현대중공업은 8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내며 심각한 실적부진에 빠져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 전무의 승진은 정몽준 전 회장을 대신해 오너 경영인으로서 책임경영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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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서원 두산 전무(왼쪽)와 허윤홍 GS건설 전무. |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장남들도 이번 인사에서 전무가 됐다.
박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두산 전무는 지난해 광고계열사인 오리콤 부사장으로 영입됐는데 이번에 지주회사 전무를 겸하게 됐다. 박 전무는 두산그룹이 새롭게 추진하는 면세점사업의 전략을 담당한다.
허 회장의 장남 허윤홍 GS건설 전무는 2012년 상무에 오른 지 3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허 전무는 2002년 GS칼텍스로 입사해 이번에 전무가 된 오너 후계자 가운데 가장 재직기간이 길다.
젊은 후계자들의 초고속 승진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그런데도 승진을 서두르는 것은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사업구조를 개편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영권을 안정화하겠다는 뜻도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무 승진은 대체로 경영수업의 최종코스로 여겨진다. 전무에서 승진해 부사장이 되면 단순히 ‘경영 참여’ 수준이 아니라 경영전면에 나서게 된다.
오너 후계자들이 전무에 올라 성과를 낼 경우 경영권 승계는 좀더 속도를 낼 수도 있다.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도 전무 승진 이듬해 부사장에 오르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그러나 실적이 부진하거나 시기가 무르익지 않았다고 판단될 경우 전무에 오래 머무르는 경우도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장녀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는 입사한지 3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으나 9년째 전무로 일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로 경영승계를 가속하고 있는 대목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갑작스럽게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그룹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재계에서 이 과정을 보면서 오너 경영공백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는 인식을 품게 됐다는 것이다.
오너 후계자의 초고속 승진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경영성과를 내 내부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정기선 전무의 승진과 관련해 “그들만의 승진잔치”라며 “경영진들이 구시대 경영방식을 고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