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회사의 자존심, 영원한 플래그십 세단은 없다  
▲ 하랄드 크루거 BMW그룹 회장이 지난 6월 BMW 신형 7시리즈 신차발표회에서 신형 7시리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플래그십 세단은 자동차회사의 자존심이다.

플래그십 세단에 자동차회사의 기술력과 디자인 역량은 물론이고 철학도 들어 있다.

첨단기술이 대거 적용되고 차체도 가장 크며 가격 또한 가장 비싸다.

하지만 플래그십 세단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흥망성쇠를 겪는다.

◆ 존재감 미미한 체어맨과 SM7

쌍용자동차의 플래그십 세단 체어맨은 현대자동차에서 에쿠스를 내놓기 전까지 국내 최고급차로 통했다. 그러나 쌍용차가 어려워지면서 한동안 신차가 나오지 않아 국내 소비자들에게 점점 잊혀졌다.

그런 체어맨의 존재감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시 확인해 줬다.

이 부회장이 체어맨을 업무용 차량으로 이용한다는 사실이 지난 8월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7월부터 체어맨 V8 5000시리즈를 업무용으로 타고 다니고 있다.

체어맨은 1993년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쌍용차가 승용차 기술제휴를 맺은 뒤 쌍용차의 플래그십 세단으로 1997년 출시됐다. 2008년 체어맨W와 체어맨H 두 개의 브랜드로 분리됐다.

체어맨H는 지난해 12월 단종됐다. 지난해 1117대 팔리며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체어맨W도 한동안 파워트레인 변화가 없었다.

쌍용차는 현재 체어맨의 완전변경 모델을 출시할지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해 SM7의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 LPG엔진을 추가했다. 품격을 중요하게 여기는 플래그십 세단에 LPG 모델을 출시하며 경제성을 노린 것이다.

르노삼성차는 플래그십 세단 SM7을 한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만들었다.

르노삼성차의 모기업 르노에 3000cc급 세단이 없다. 그러나 한국시장에서 대형차가 없으면 안된다는 의견이 받아들여져 SM7 생산이 결정됐다.

르노삼성차는 2004년 12월 중형세단 SM5의 상급모델로 SM7을 출시했지만 경쟁사의 플래그십 세단에 비해 존재감이 미약했다.

SM7은 출시 첫 2개월 동안 4200여 대 팔리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이듬해 2만5700여 대가 팔리며 정점을 찍었다.


그 뒤 2011년 말 완전변경 모델이 나왔으나 2012년 오히려 판매량이 뒷걸음질했고 올해까지 판매부진에 시달렸다.

르노삼성차는 올해 SM7 LPG모델을 내놓으며 플래그십 세단의 자존심을 버리고 택시시장을 공략하는 실리를 선택했다.

  자동차회사의 자존심, 영원한 플래그십 세단은 없다  
▲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회장이 8월 쉐보레 임팔라를 공개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 한국GM 역사 다시 쓰는 임팔라


임팔라는 한국GM 플래그십 세단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회장이 미국에서 검증된 차를 내놓은 전략이 제대로 통한 것이다.

임팔라는 GM대우와 한국GM이 내놓은 플래그십 세단 가운데 처음으로 월간 판매량 1천 대를 돌파했고 해당 차급에서 기아차의 K7을 제치고 월간 판매량 2위에 오르기도 했다.

GM이 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뒤 국내시장에 내놓은 플래그십 모델은 줄줄이 참패했다.

GM대우가 2005년 4월 국내에 출시한 스테이츠맨은 월 평균 판매량이 100대도 안 됐다. 2007년 1월 단 1대만 팔리는 진기록도 남겼다. 스테이츠맨은 출시된 지 2년도 되지 않아 단종됐다.

스테이츠맨에 이어 2008년 9월 국내에 출시된 베리타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베리타스도 출시 2년여 만인 2010년 10월 단종됐다.

GM대우는 2010년 8월 알페온을 출시해 반등을 노렸지만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알페온은 단종될 때까지 5년 동안 판매량이 3만5천여 대에 불과했다.

◆ 토요타 닛산 혼다의 준대형 플래그십 세단

토요타와 닛산, 혼다는 준대형의 플래그십 세단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아발론과 맥시마, 레전드가 그 주인공이다. 일본 자동차회사들은 고급브랜드를 별도로 보유하고 있다.

이 3개 차종은 미국에서 판매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에서 존재감은 매우 미약하다.

한국닛산은 10월부터 맥시마를 판매하고 있다. 닛산의 맥시마는 북미 전략차종으로 8세대를 이어온 플래그십 세단이다. 가격이 장점으로 꼽히는데 이번 8세대 모델의 국내가격은 4370만 원이다.

토요타의 아발론은 지난해 국내에서 105대 판매되는 데 그쳤다. 한국토요타가 아발론을 도입했을 당시 내걸었던 월 30대 판매라는 목표치에 한참 미달한다.

아발론은 1994년 북미 전략차종으로 개발됐으며, 국내에서 4세대가 판매되고 있다.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됐지만 국내 출시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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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닛산의 플래그십 세단 맥시마.
혼다의 플래그십 세단인 레전드 역시 판매량이 초라하다. 레전드는 2011년 국내에서 단종됐다가 올해 2월 돌아왔다. 그러나 월간 판매량이 20대를 밑돌고 있다. 지난 7월 7대가 판매되며 한 자릿수로 주저앉았다.

토요타의 고급브랜드인 렉서스의 플래그십 세단은 LS다. 배기량 4600cc급 LS460의 한국 판매가격은 1억 원이 넘는다. 올해 상반기 한국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포함해 179대 팔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에서 업무를 볼 때 렉서스 LS를 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피니티는 현재 기존 Q70보다 한 단계 위의 새로운 플래그십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모델명은 Q80이 될 것으로 접쳐진다.

◆ 메르세데스-벤츠 한국에서 독보적

메르세데스-벤츠의 플래그십 세단인 S클래스는 한국에서 독보적 판매량을 이어가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 들어 9월까지 한국에서 S클래스를 8213대 팔았다. 이 기간 BMW 7시리즈는 1156대, 현대차 에쿠스는 4077대가 각각 팔렸다.

최고급 세단인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는 지난 4월 서울모터쇼에서 선보인 이래 지난 10월까지 707대가 판매돼 월평균 100대씩 팔렸다. 한국은 세계에서 S클래스 3위 시장, 메르세데스-마이바흐 2위 시장에 올라있다.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은 “럭셔리 세그먼트에서 메르세데스-벤츠의 성공과 지속적 위상은 독보적”이라며 “S클래스는 탄생부터 자동차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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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2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15 서울모터쇼 미디어데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부스에서 모델들이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클래스를 선보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한국에서 S-클래스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 라인업에 사륜구동 모델을 추가로 선보이며 라인업이 13개로 늘었다.

BMW코리아는 10월 BMW의 플래그십 세단 신형 7시리즈를 한국에 출시했다.

가격은 최고 1억9200만 원으로 제스처 컨트롤, 디스플레이 키 등 최첨단기술이 대거 탑재됐다.

BMW 7시리즈는 1977년 처음 출시됐다. 7시리즈의 경우 판매량 기준으로 한국이 세계 4위 시장이다.

운전자는 제스처 컨트롤을 통해 손동작만으로 오디오 음량을 조절하거나 전화를 받을 수 있다. 디스플레이 키를 통해 문의 개폐나 주행가능 거리, 차량이상 등 차량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신형 7시리즈는 기존모델보다 130㎏ 정도 가벼워졌다. 강철보다 단단하지만 무게는 가벼운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이 차체의 핵심부위에 사용돼 안전과 연비를 동시에 잡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