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G그룹 고문이 재계에 돌아온다.
구 고문은 공격적 경영으로 LG그룹의 사세를 키우는데 힘을 보탠 오너경영인으로 꼽힌다. 계열분리를 통해 직접 소유하게 되는 기업을 일구게 되면 구 고문이 LS그룹과 GS그룹의 사례처럼 재계의 새로운 기업군을 뿌리내릴지 주목받는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LG상사 LG하우시스 판토스 등 구 고문이 계열분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의 자산규모는 5조~6조 원으로 추산된다. 당장 계열분리가 이뤄진다면 공정위가 지정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 가운데 60위 안팎으로 자리잡게 된다.
일찌감치 LG그룹에서 분리한 GS그룹과 LS그룹은 이미 공시대상기업집단을 넘어 자산 10조 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올라있다. GS그룹이 8위, LS그룹이 16위다.
이 외에도 희성, LIG, LB인베스트먼트, 아워홈, LF 등 LG그룹에서 갈라져 나온 범LG 기업은 적지 않다. 이 기운데 재계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한 곳은 GS그룹과 LS그룹 2곳뿐이다.
구 고문의 계열분리가 높은 관심을 얻고 있는 것은 새로 출범할 그룹이 GS그룹이나 LS그룹처럼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구 고문이 그동안 LG그룹 경영에서 보여준 성과 때문이다.
GS그룹은
허창수 전 회장, LS그룹은
구자홍 전 회장이 계열분리 이후 상당기간 회사를 이끌면서 경영을 안정화하고 성장을 도모했다. 이들은 모두 LG그룹 재직 시절부터 오너경영인으로서 다양한 경험을 했던 이들이다.
구 고문의 현역 시절은
허창수 전 회장이나
구자홍 전 회장 못지않게 화려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상사, 전자 등 다양한 계열사를 거치면서 많은 성과를 냈다. 구 고문이 허 전 회장이나 구 전 회장처럼 그룹을 키우기에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특히 대규모 LCD사업 투자로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글로벌 디스플레이 1위에 올려놓은 일과 LG상사에서 파산한 광산을 흑자로 돌려놓은 일 등은 구 고문의 손꼽히는 업적이다. LG전자 대표 시절에는 영업이익 1조 원대로 최대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구광모 회장 취임 이전까지는 구본무 전 회장을 대신해 LG그룹 경영을 실질적으로 이끌기도 했다. 구 고문은 구 회장 취임 이후 고문을 맡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계열분리 이후 다시 경영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 고문은 1951년생 태어나 만68세에 불과해 여전히 활발한 경영활동이 예상된다. 구 고문의 장남 구형모 LG전자 책임이 1987년 태어나 아직 경 전면에 나서기 이르다는 점도 구 고문의 경영일선 복귀에 힘을 실어준다.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구 고문이 계열분리할 사업으로 구 고문이 애착과 관심을 지닌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전장부품 등이 거론됐다. 그러나 구 고문이 지닌 지분가치의 한계와 LG그룹의 핵심 전략사업이란 점 때문에 구 고문이 이런 사업을 들고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파악된다.
계열분리 과정에 아쉬움이 없지 않은 만큼 구 고문은 계열분리 이후 LG상사 등의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더욱 진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상사의 신사업 추진과 판토스의 비계열 물류 확대 등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구 고문과 손발을 맞추던 경영진이 구 고문을 따라 계열분리하는 회사로 이동할지도 주목된다. LG그룹 안에서는 현재 경영진 가운데 여러 명이 구 고문 사람으로 거명된다.
LG그룹 최고경영진이 범LG그룹으로 옮겨간 사례는 최근에도 있었다. 2019년 연말인사에서 물러난
정도현 전 LG전자 사장이 2020년 1월 희성그룹 부회장에 선임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