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찬 한스바이오메드 대표이사가 미허가 원료로 가슴보형물을 만들어 집단소송 위기에 빠졌다.
한스바이오메드는 소비자의 걱정과 불안을 덜기 위해 가슴보형물의 위험성과 유해성이 낮음을 입증하는 데 매달리고 있지만 당장 소비자들은 분통을 터뜨리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 황호찬 한스바이오메드 대표이사.
1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한스바이오메드의 가슴보형물 판매중지와 관련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현재 네이버카페에 ‘벨라젤 피해자 집단소송’ 카페를 개설하고 법무법인 태일의 이승준 변호사를 소송 대리인으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벌써 1100여 명이 카페에 가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3일 한스바이오메드가 가슴보형물 ‘벨라젤’을 허가사항과 다른 원료를 사용해 제조하고 유통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지 사흘 만이다.
1천 명 정도가 1차 집단소송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들은 한스바이오메드와 황호찬 대표이사 등을 상대로 1인당 1천만 원손해배상금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면 단순계산으로 청구금액은 100억 원 규모에 이른다.
황호찬 대표는 가뜩이나 이번 일로 제품과 브랜드 신뢰에 타격이 불가피한데 소송비용과 배상액 부담까지 안을 수 있어 어깨가 무겁게 됐다.
한스바이오메드에게 100억 원은 적지 않은 금액이다. 1년치 영업이익과 맞먹는 수준인 데다 2020년 6월 말 기준 들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 108억 원과도 비슷하다.
게다가 한스바이오메드는 2020년 상반기 기준 벨라젤 등 실리콘소재 품목에서 매출의 40.4%를 낼 정도로 이 부문 의존도가 높은데 당분간 벨라젤 판매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크다.
한스바이오메드가 명백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다른 미용제품 관련 소송과 달리 이번에는 소비자쪽이 유리하다고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미국 엘러간은 2019년 8월 희귀암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식약처로부터 가슴보형물의 판매중지 명령을 받았다. 엘러간의 가슴보형물을 이식한 환자들은 현재도 집단소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보형물 삽입으로 질병이 발생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한스바이오메드는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지 않은 원료를 사용한 게 분명한 만큼 법원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어렵지 않다.
이승준 변호사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다른 구제 방법은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피해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소송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사건은 제조사의 위법 제조행위가 명백히 밝혀졌기 때문에 패소의 위험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황호찬 대표는 우선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벨라젤의 낮은 유해성을 입증하는 데 매달리고 있다.
한스바이오메드는 한국고분자시험연구소로부터 벨라젤의 포름알데히드 측정 결과 안전하다는 결과를 받은 데 이어 미국 GLP 시험기관에 생물학적안전성시험을 추가로 의뢰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한스바이오메드 관계자는 “상황의 시급함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식약처와 보상안을 마련하기 위해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3일 한스바이오메드에 허가사항과 다른 원료를 사용해 만든 인공유방을 회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식약처에 따르면 한스바이오메드는 2015년 12월부터 허가사항과 다른 원료를 사용해 인공유방을 제조했으며 모두 7만여 개를 의료기관에 공급했다.
한스바이오메드는 같은 날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이번 사태로 고객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통감하며 앞으로 유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관련된 내부시스템을 철저히 조사하고 개선해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될 것을 약속드리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