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 회장은 7월1일 그룹 회장에 취임한 뒤 비금융부문 지주회사 격인 DB뿐 아니라 DB의 계열사 DB하이텍에서도 상근 회장(총괄)으로 일하고 있다.
보통 기업집단의 오너가 지주회사 등 대표적 회사 한 곳에만 이름을 올리는 것과 사뭇 다르다.
DB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이 DB하이텍 회장에 있는 것을 두고 “그룹 회장 취임과 더불어 책임경영을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DB하이텍이 DB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더 커지는 점을 고려해 경영일선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DB하이텍은 8인치(200mm) 파운드리 전문기업인데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영업적자를 내 DB그룹의 애물단지로 꼽혔다.
하지만 최창식 대표이사가 취임한 뒤부터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DB하이텍은 2014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고 2019년에는 DB그룹 계열사 20개의 전체 순이익 5880억 원 가운데 1046억 원을 차지하는 데 이르렀다.
올해는 실적 개선세가 더욱 가파르다. DB하이텍은 지금까지 연간 영업이익 2천억 원을 넘은 적이 없는데 3분기 이미 누적기준 영업이익 2089억 원을 달성했다. 2020년 연간 순이익도 2천억 원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반도체업계에서는 DB하이텍이 앞으로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파운드리공장을 증설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워낙 반도체 일감이 많아 파운드리 생산능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DB하이텍은 현재 경기도 부천과 충북 상우에서 200mm 파운드리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두 공장은 3분기 기준 평균 가동률 98.02%를 보여 이제 실적 증가에 한계에 도달한 셈이다.
반도체업계에서는 DB하이텍이 기존 200mm 파운드리에 이어 12인치(300mm) 파운드리를 새롭게 추진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본다. 고화소 이미지센서, 모바일 올레드(OLED, 유기발광 다이오드)패널용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 고성능 반도체의 수요가 점차 200mm에서 300mm 파운드리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 DB하이텍 충북 상우 파운드리공장 직원들이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 DB그룹 >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DB하이텍을 두고 “비메모리 시설투자 부담이 누구에게나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동률을 적절하게 유지할 수 있는 연 1만 장 이하 소규모 증설이 적합하다고 판단된다”며 “아울러 200mm보다 300mm 웨이퍼 공장의 점진적 증설이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DB그룹 회장 취임 직후 최창식 대표이사를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올리며 DB하이텍에 힘을 실었다.
그는 7월 취임사에서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더욱 키우고 미래를 위한 성장 발판들을 하나씩 만들어가겠다”며 새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다만 막대한 투자비용을 고려하면 300mm 파운드리를 새로 추진하는 것보다는 기존 200mm 파운드리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300mm 파운드리공장 건설에는 최소 조 단위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파운드리시장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하면 투자금액을 크게 뛰어넘는 수익성을 얻기 어렵다”며 “후발업체가 파운드리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면 일정 이상의 규모를 갖춰야만 해 엄청난 투자를 선행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DB그룹 관계자는 DB하이텍의 증설 등 투자에 관해 “고객과 시장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