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특허관리 전문 자회사를 미국에 설립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특허관리 전문 자회사 ‘유니파이드 이노베이티브 테크놀로지’를 이달 초 미국에 설립했다. 이 회사는 LG디스플레이가 보유한 3만여 건의 특허를 관리하는 역할과 함께 LG디스플레이가 특허소송에 휘말릴 경우 전문적으로 대응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가 특허관리에 집중하는 것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경영방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오래 전부터 독자적 기술개발을 최우선으로 강조해왔다. 구 회장은 2012년 계열사 임원 300여 명 앞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일류기업이 되도록 실천하라"며 “다른 회사에 없는 독창적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G그룹 계열사들은 그동안 다른 회사에 없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 왔다.

LG특허센터장인 이정환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그동안 특허활용에 대해 수비적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 특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조직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가 특허 전문 자회사를 세운 것도 특허를 중시하는 LG그룹의 전체적 흐름의 연장선이다.

이번에 설립된 유니파이드는 날로 심각해지는 특허괴물의 위협에 대응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2년 사이 특허괴물들이 제기한 소송 건수는 643건에서 2923건으로 4.5배나 증가했다.

특허괴물은 기존 특허를 사들여 기회를 기다리다가 다른 기업이 그 특허를 침해했을 때 소송을 걸어 보상금을 받아내거나 로열티를 챙기는 회사를 가리킨다. 특허괴물들은 소송이 목적이므로 생산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

보통 기업 간 특허소송은 중간에 합의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 같은 분야에서 비슷한 제품을 생산하다 보면 기술이 겹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소송을 당한 회사는 보유한 특허로 맞소송을 걸 수 있다. 소송이 커져봐야 서로 손해만 보므로 합의로 끝난 사례 중 하나가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싸움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12년 삼성디스플레이를 상대로 OLED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석달 후 삼성디스플레이가 LG디스플레이에 소송을 냈다. LCD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였다. 두 회사는 지난해 서로 소송을 취하했다.

그러나 특허괴물은 생산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하는 기술이 없다. 따라서 소송이 걸린 회사는 맞고소가 불가능하다. 계열사 LG전자도 특허괴물 ‘인터디지털’과 무선통신 표준특허 이용료를 두고 3년 동안 싸우다가 지난 8일 최종 승소했다. 1심 결과가 2심에서 뒤집어 지는 등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소송이었다.

특허괴물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특허괴물이 최근 5년간 우리나라 기업을 제소한 경우는 556건으로 그 중 삼성전자 223건, LG전자 141건, 팬택 59건, 현대자동차 46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