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중국에서 스마트폰보다 부품 공급에 초점 맞춰 현지 공략

▲ 삼성전자가 12일 중국에서 신형 모바일칩 엑시노스1080 공개행사를 열고 있다. <삼성엑시노스 웨이보>

삼성전자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를 대상으로 부품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화웨이가 미국 제재로 타격이 예상돼 향후 중국 스마톤시장 판도가 크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삼성전자는 스마트폰보다 스마트폰부품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12일 엑시노스 모바일칩을 중국에서 처음 공개한 것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을 상대로 부품 공급을 확대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번에 공개한 엑시노스1080은 삼성전자가 5나노 공정에서 생산하는 첫 모바일칩(AP)이다. 7나노급 제품을 대표하는 퀄컴 스냅드래곤865를 앞서는 성능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엑시노스1080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를 시작으로 샤오미, 오포 등의 스마트폰에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 엑시노스1080이 애초에 중국시장을 겨냥해 개발된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폰아레나는 “엑시노스1080은 중국에서 공개돼 내년 초 비보 제품에 처음으로 사용된다”며 “중국 전용 제품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제조사가 삼성전자 부품을 채택하는 사례는 늘고 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점유율 비중이 높은 메모리는 물론이고 디스플레이 패널, 이미지센서 등이 중국 스마트폰에 사용된다.

샤오미가 11일 출시한 신형 스마트폰 레드미노트9 5G 모델에 아이소셀HM2 이미지센서가 들어간 것이 대표적이다. 아이소셀HM2는 삼성전자가 9월 발표한 0.7마이크로미터 1억800만 화소 이미지센서 제품이다. 갤럭시S21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샤오미 제품을 통해 먼저 선보이게 됐다.

삼성전자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를 대상으로 부품 공급을 확대하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중국시장 상황과 무관치 않다.

중국 스마트폰 점유율 부동의 1위인 화웨이는 미국 제재로 스마트폰사업에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화웨이의 경쟁사들이 수혜를 누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향후 화웨이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삼성전자의 직접적 수혜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1% 안팎으로 미미하기 때문이다. 샤오미, 비보, 오포 등 현지 제조사들이 화웨이 점유율을 나눠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화웨이 물량을 중고가시장에서는 비보와 오포가 차지하고 중저가제품에서는 샤오미가 유력한 대체후보"라며 "삼성전자는 중국시장에서 점유율이 미미해 수혜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점유율 확대 전략을 펴기보다 현지 제조사들에 부품 공급을 확대하는 일이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을 늘리는 데 효과적일 수 있는 이유다.

중국 제조사들로서도 삼성전자 부품 채택을 늘릴 유인은 충분하다. 미국 제재로 중국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업체인 SMIC로부터 모바일칩 공급이 어려워진데다 퀄컴 등 미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데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중국 내에서 스마트폰 생산을 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완제품보다는 부품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삼성전자는 2018년 이후 중국 내 스마트폰 공장을 잇따라 철수했다. 올 들어서는 쑤저우 노트북·PC공장까지 폐쇄하면서 모바일 생산기지는 남아있지 않게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