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가 대형 공공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한 직무급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몇몇 대형 공공기관들이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직무급제를 도입하려 했으나 노조의 거센 반발로 무산이 되는 등 도입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를 비춰볼 때 강원랜드도 직무급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강원랜드 직무급제 전면도입 만지작, 노조 반발 넘어서기가 열쇠

▲ 문태곤 강원랜드 사장.


4일 강원랜드에 따르면 현재 간부급 직원들을 대상으로만 적용하고 있는 직무급제를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적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직무급제를 도입하기까지 적절한 평가지표를 산정해야할 뿐만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노조원들을 설득하고 동의를 받아야하는 절차를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직무급제는 업무의 책임과 강도, 난이도에 따라 급여를 다르게 지급하는 제도다.

현재 국내 많은 기업들이 재직연수에 따라 연봉이 올라가는 ‘호봉제’로 급여를 지급하고 있는 것과 달리 직무급제는 업무의 성격과 난이도 등에 따라 급여가 달라진다. 

현재 강원랜드는 올해 1월부터 전체 3700여 명 직원 가운데 실장, 팀장 등 간부급 직원 84명을 대상으로만 직무급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강원랜드는 직무급제 전면 도입을 권장하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직무급제를 도입하기 위해 6월부터 4개월 동안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공시된 용역 최종보고서에는 직무급 대상자를 부서장에서 중간관리자로 확대한 뒤 최종적으로는 일반직원을 포함한 전체 직원으로 직무급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이 담겼다. 

하지만 직무급제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 이후 노조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거센 반발에 부딪혀 직무급제의 도입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공공기관도 있는 만큼 강원랜드 또한 노조의 반발을 넘기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직원 1천 명이 넘는 대형 공공기관 가운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처음으로 직무급제의 전면도입을 결정했다.

하지만 직무급제가 시행되면 일부 직원의 임금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나오자 노조가 직무급제 반대로 돌아서면서 지금까지도 직무급제 도입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대형 공공기관 가운데 올해 초부터 직무급제를 적용한 한국수력원자력은 노조에 가입할 수 없는 차장급 이상 직원들에만 한정적으로 직무급제를 도입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전체 직원 약 1만2천 명 가운데 차장급 이상 직원인 7500명을 대상으로만 직무급제를 운영하고 있다. 나머지 5천여 명의 과장급 이하 직원을 대상으로는 노조의 반발이 거세 직무급제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한 직무급제를 검토한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노조와 직무급제를 두고 합의한 사항은 전혀 없으며 구체적 시기 등도 정해진 바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대형 공공기관 가운데 전면 직무급제를 도입한 기관은 없으며 석유관리원과 새만금개발공사, 산림복지진흥원, 한국재정정보원 등 임직원 수가 500명 미만으로 규모가 크지 않은 몇몇 기관에서만 전면 직무급제를 도입했다. 

노조의 반발에도 강원랜드뿐만 아니라 여러 공공기관들이 고령화 추세에 대비하고 임금을 둘러싼 갈등을 줄이려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직무급제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며 이를 검토하고 있다. 

올해 들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남동발전, 한국전력기술,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20곳이 넘는 공공기관들이 직무급제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직무급제를 도입한 기관에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직무급제 도입을 뒷받침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노조원들 사이에서도 직무급이 도입됨에 따라 연봉이 감소하는 직원도 있고 그렇지 않은 직원이 있어 직무급제 도입을 두고 의견을 모으는 것조차 어렵다”며 “기관 차원에서는 직무급제를 도입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한 직무급제를 도입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