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보행보조로봇 'GEMS(젬스)-H'가 21일 전파적합성 평가를 받았다. <국립전파연구원> |
삼성전자가 보행보조로봇을 앞세워 로봇사업에 뛰어든다.
이미 서비스로봇으로 다양한 로봇제품을 상용화한 LG전자와 대결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국립전파연구원에 따르면 삼성전자 제품 ‘GEMS(젬스)-H’가 21일 전파적합성 평가 등록을 마쳤다.
모델이름을 보면 삼성전자가 미국 가전·IT전시회 ‘CES2019’에서 처음 소개했던 보행보조로봇 젬스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파악된다.
전파적합성 평가는 방송통신기자재 등을 제조 또는 판매하거나 수입할 때 거쳐야 하는 절차를 말한다. 그런 점에서 젬스-H가 전파적합성 평가를 받았다는 것은 삼성전자가 로봇 상용화에 나서는 신호로 여겨진다.
젬스 시리즈는 ‘젬스 힙(GEMS Hip, 젬스-H)’ ‘젬스 니(GEMS Knee)’ ‘젬스 앵클(GEMS Ankle)’ 등 3가지로 구성된다. 각각 고관절, 무릎, 발목에 착용돼 보행에 관여하는 주요 근육의 부담을 덜어준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젬스-H는 걸을 때 24% 정도의 힘을 보조해 보행속도를 14%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노약자와 환자 등 걸음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젬스-H가 9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으로부터 개인용 서비스로봇 안전성에 관한 국제표준 ‘ISO13482’ 인증을 받았다는 점도 상용화에 관한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이 인증은 일상생활 도입을 위한 안전성과 기술력을 입증한 로봇에 주어진다.
삼성전자는 2017년 11월 세트(완제품)부문 통합 연구기관 삼성리서치를 출범한 뒤 공 모양 인공지능 비서로봇 ‘볼리’, 요리 보조로봇 ‘삼성봇 셰프’, 젬스 시리즈 등 다양한 로봇을 개발해 왔다.
하지만 이런 로봇들을 정식으로 제품화해 시장에 내놓은 적은 없다. 현재까지 삼성전자가 출시한 로봇제품은 로봇청소기 정도에 그친다.
삼성전자가 보행보조로봇을 시작으로 로봇시장에 진출하면 로봇사업에서 한발 앞서 있는 LG전자와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IT전시회 CES2020에서
관람객이 삼성전자 보행보조로봇 'GEMS(젬스)-H'를 체험하고 있다. <삼성전자> |
LG전자는 삼성전자와 달리 일찌감치 국내 서비스기업들과 협력해 여러 사업장에 서비스로봇 브랜드 ‘클로이’의 제품들을 선보였다.
LG전자는 7월 서울대병원에 서빙로봇을 공급하며 본격적으로 로봇 판매를 시작했다.
이후 CJ푸드빌이 운영하는 제일제면소, 빕스, 계절밥상, 더플레이스 등 여러 매장에 차례대로 서빙로봇을 도입하고 있다.
8월에는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실외배송로봇의 음식 서빙 시범서비스를 했다. 배달서비스기업 우아한형제들과도 협업해 식당의 운영과 관리를 돕는 로봇 통합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LG전자보다 로봇 상용화가 더디지만 로봇사업에 관한 의지 자체는 뚜렷하다. 로봇이 미래 소비자들에게 필수품이 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삼성전자에서 로봇사업을 담당할 사업부문은 CE(소비자가전)부문이 유력하다. 반도체 등 부품을 맡는 DS부문, 휴대전화와 통신장비를 담당하는 IM부문은 로봇과 직접적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전자의 로봇기술을 소개하는 자리에 자주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사장은 1월 미국에서 열린 CES2020에서 볼리와 함께 등장해 “다양하고 개인화한 생활양식(라이프스타일)이 공존하는 이 시대에 로봇은 개개인을 이해하고 돌보는 ‘삶의 동반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본래 지난해 로봇 제품이 나온다고 했는데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을 맞추지 못해 출시가 미뤄졌다"며 "올해 6~7월 정도면 소비자가 살 수 있는 제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게 로봇은 가전, 스마트폰, TV 등 제품들 못지않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조사기관 마켓앤마켓스는 세계 서비스로봇시장이 연평균 22.6% 수준으로 확대돼 2020년 370억 달러 규모에서 2025년 1025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