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3사가 올해도 연말 수주 특수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조선업계에 말만 무성했던 프로젝트 단위의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발주건들이 러시아를 시작으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 (왼쪽부터)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
1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이 곧 러시아의 쇄빙LNG운반선 수주를 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중공업은 러시아의 해양가스전 개발계획인 북극 LNG2(Arctic LNG2) 프로젝트에 기술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데 앞서 12일 대우조선해양이 같은 프로젝트에 필요한 쇄빙LNG운반선 6척을 수주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프로젝트를 맡은 선박 발주처인 러시아 국영에너지회사 노바텍(Novatek)과 쇄빙LNG운반선 10척의 건조를 놓고 단독으로 협상하고 있다.
쇄빙LNG운반선은 건조가격이 일반적 LNG운반선의 건조가격인 1억8600만 달러보다 훨씬 비싼 고수익 물량인 만큼 삼성중공업도 수주와 관련한 기대가 크다.
대우조선해양은 1척당 2억9100만 달러로 선박 건조계약을 맺었다. 인도기한은 2023년 7월과 12월 3척씩이다.
러시아의 발주가 시작됐다는 것은 다른 LNG 프로젝트들의 LNG운반선 발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3사에 LNG운반선 발주를 고려하는 선주사들은 2023년 인도분 슬롯부터 100척이 넘을 것으로 알려진 카타르의 물량과 경쟁해야 한다”며 “남은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는 글로벌 에너지회사들의 마음이 급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조선3사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이 그동안 2023년 이후의 LNG운반선 인도 슬롯에 가장 여유가 있다고 알려졌었다. 2023년은 글로벌 LNG 개발계획들의 개시 시점이 다수 몰려있어 조선3사의 인도 슬롯 가운데서도 발주처들의 확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되는 해다.
그런 대우조선해양이 2023년 슬롯을 본격적으로 채우기 시작한 만큼 발주처인 에너지회사들도 서두를 수밖에 없다.
프랑스 에너지회사 토탈(Total)이 진행하는 모잠비크 1구역(Area1) 프로젝트는 남은 프로젝트들 가운데 발주 계획이 가장 많이 진척돼 있다.
토탈은 LNG운반선을 17척 발주하기 위해 앞서 6월 그리스 선사 마란가스마리타임(Maran Gas Maritime)과 일본의 3대 선사인 NYK라인, MOL(미쓰이OSK라인), K라인을 선주사로 확정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LNG운반선 8척의 건조의향서(LOI)를 맺어뒀다. 옵션물량에 해당하는 17번째 LNG운반선은 아직 건조할 조선사가 결정되지 않았다.
아직 선사를 확정하지 않은 프로젝트 가운데서도 한국 조선사의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프로젝트들이 있다.
말레이시아 에너지회사 페트로나스(Petronas)가 진행하는 캐나다 LNG 프로젝트에서 현대삼호중공업이 말레이시아 선사 MISC를 통해 LNG운반선 8척을 수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페트로나스는 2019년에도 이 방식으로 현대삼호중공업에 LNG운반선 건조를 맡긴 전적이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에 맡기면 반복건조에 따른 수익성 극대화 효과를 볼 수 있는 만큼 선박 건조가격 협상에서 소폭 양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에너지회사 아람코도 현재 미국 LNG 프로젝트를 위해 LNG운반선 15척을 발주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아람코가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합자조선소 건설계획을 통해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현대중공업이나 현대삼호중공업이 이 일감을 수주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조선3사는 해마다 연말로 갈수록 수주를 몰아서 하는 경향을 보인다. 선주사들이 그 해의 불확실성이 대부분 해소되는 연말까지 선박시장을 관망하기 때문이다.
특히 2010년대 후반부터는 LNG운반선이 연말 조선3사의 수주 특수를 견인하고 있다.
과거에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이나 초대형 컨테이너선도 한국 조선3사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는 중국 조선사들도 이 선박들을 무리 없이 건조하고 있을 만큼 한국과 중국 조선사들의 기술격차가 줄었기 때문이다.
▲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현대삼호중공업> |
다만 해마다 반복되는 연말 수주 특수라고는 해도 올해는 조선3사에 그 의미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 탓에 선박 발주시장이 유례없는 불황기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9월까지 975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에 불과했다. 이대로라면 역대 최악의 조선 불황으로 일컬어지는 2016년의 1336만 CGT를 밑도는 발주량으로 올해가 끝날 수도 있다.
조선3사의 수주목표 달성률도 부진하다.
8월 말 기준으로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합산)은 2020년 수주목표 159억9400만 달러의 26%를, 대우조선해양은 72억1천만 달러의 21.2%를, 삼성중공업은 84억 달러의 8.3%만을 채웠을 뿐이다.
결국 조선3사는 올해도 연말 LNG운반선 발주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아직 수주목표 달성률이 낮기는 해도 현재 발주처와 수주를 협상하고 있는 LNG운반선 프로젝트가 여럿 있다”며 “올해 안에 좋은 결과를 내 수주목표에 근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