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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윌리엄 로더 에스티로더 회장(오른쪽)과 닥터자르트를 운영하는 해브앤비의 이진욱 대표가 10월26일 지분투자계약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에스티로더 컴퍼니즈> |
세계적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로더를 운영하는 에스티로더컴퍼니즈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한국화장품 브랜드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에스티로더컴퍼니즈가 내세운 견제의 수단은 인수합병이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중국 등 아시아에서 ‘K-뷰티’ 열풍을 일으키자 한국화장품 브랜드를 인수해 K-뷰티의 비결을 흡수해 아시아에서 K-뷰티에 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한다.
◆ “한국화장품과 대결하는 방법은 그것을 감싸 안는 것”
22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에스티로더컴퍼니즈는 한국화장품 투자를 오랫동안 저울질해 오다가 최근 ‘닥터자르트’를 첫 투자상대로 지목했다.
에스티로더컴퍼니즈는 10월 한국 스킨케어인 닥터자르트와 DTRT를 운영하는 ‘해브앤비’ 지분투자를 계약했다. 이 거래는 12월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윌리엄 로더 에스티로더컴퍼니즈 회장은 “글로벌 소비자들이 한국을 화장품분야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시장으로 보고 있다”며 “닥터자르트가 글로벌시장에서 성장하는 데 지원과 자문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티로더컴퍼니즈는 그동안 글로벌시장에서 제품 포트폴리오를 채울 한국화장품을 인수하려는 의지를 내비쳐 왔다.
파브리지오 프레다 에스티로더컴퍼니즈 최고경영자는 “한국화장품과 대결하는 방법은 그것을 감싸안고 세계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티로더컴퍼니즈가 앞으로 한국화장품에 대한 인수합병이나 지분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화장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마스크팩’이나 ‘쿠션’, ‘에센스’ 등 K-뷰티의 인기가 대단하다”며 “아시아 소비자들의 피부특성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라도 에스티로더가 한국화장품 제조기술을 익힐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 ‘뷰티 공룡’ 에스티로더, 아시아 놓고 고민
에스티로더컴퍼니즈는 세계 화장품시장에서 ‘뷰티 공룡’으로 통한다. 메이크업 제품, 기초제품, 향수 등 화장품의 모든 라인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에스티로더컴퍼니즈는 에스티로더, 크리니크, 랩시리즈, 오리진스, 맥, 바비브라운, 달팡, 아베다, 라메르 등 30여 개가 넘는 화장품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김재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에스티로더는 4분기에도 7%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해 글로벌 고가 뷰티케어 제품의 평균성장률 5%를 뛰어넘을 것”이라며 “고마진 유통채널 비중을 확대하고 고급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하는 노력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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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티로더가 운영하는 색조화장품 브랜드 '맥' 매장이 지난 9월18일 뷰티멀티스토어 '벨포트 이태원점'에 입점하자 매장을 찾은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
에스티로더컴퍼니즈는 3분기 순이익이 3억93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나 증가했다. 3분기 매출도 28억3천만 달러로 7.7% 늘었다.
그러나 에스터로더컴퍼니즈는 중국과 홍콩 등 아시아에서 매출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이 아시아를 중심으로 일으키고 있는 K-뷰티 열풍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에스티로더컴퍼니즈는 한국화장품에 대한 지분투자나 인수합병을 통해 포트폴리오에 한국화장품을 담는 방식으로 아시아에서 매출둔화 탈출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에스티로더컴퍼니즈는 한국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아시아시장을 방어하기 위해서 아시아에서 가장 까다롭다고 알려진 한국여성들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에스티로더컴퍼니즈는 1991년 한국법인을 설립한 뒤로 10년이 넘게 백화점 유통만 고수해 왔으나 최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에스티로더컴퍼니즈는 최근 드러그스토어 ‘롭스’의 신사동 가로수길점에 스킨케어 브랜드 ‘크리니크’를 입점했다. 또 벨포트 가로수길 팝업스토어에 메이크업전문 브랜드 ‘맥’의 제품도 넣기 시작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