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나 대국민사과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재확인하면서 삼성전자가 10월 말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주환원정책이 이전보다 강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 부회장의 정당한 경영권 승계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의 배당이 확대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삼성전자 지분 15조 원어치를 넘겨받아야 하는데 상속 또는 증여세만 9조 원에 이른다.
이 부회장은 5월 대국민사과에서 가장 먼저 경영권 승계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 부회장은 당시 법을 어기는 일,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을 결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 부회장이 준법감시위원회를 직접 만나서 대국민사과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약한 만큼 적법한 방법으로 경영권 승계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할 공산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이 부회장은 이미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남은 과제는 부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18%를 물려받아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하는 일이다.
이 부회장이 약속대로 불법이나 편법이 아닌 정공법으로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이 증여 또는 상속을 통해 직접 물려받을 가능성이 크다. 상속은 이 회장 사후에 이뤄지지만 증여는 그 전에에도 이뤄질 수 있다.
이미 재계에서 오너일가의 지분 대물림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증여나 상속이 경영권 승계의 일종의 표준으로 자리잡아 나가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나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처럼 별세 이후 자녀에게 지분이 상속된 사례도 있지만 생전에 지분을 증여하는 사례도 늘어난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에게 지분을 증여한 것을 비롯해 CJ, GS, LS, SPC 등의 오너 일가가 최근 1년 사이 자녀에게 지분을 넘겼다.
시장은 증여세 부담을 덜기 위해 주가 저평가 시점에서 지분 이동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증여나 상속은 막대한 세부담이 불가피한데 주가가 낮을 때 증여를 하게 되면 세금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지분 승계가 이뤄진다면 이 부회장 역시 세금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현재 예상되는 상속 또는 증여세 9조 원은 지금 당장 이 부회장이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다.
여기서 삼성전자 배당의 중요성이 떠오른다. 삼성전자 배당을 확대하면 삼성전자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에 유입되는 배당금이 늘어나고 삼성물산의 재배당 여력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7.33%를 들고 있어 삼성전자 배당 확대의 효과를 간접적으로 누릴 수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지속적 주가 상승으로 상속세 부담이 증가해 결국 삼성전자 배당정책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배당을 확대하는 의사결정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며 “대주주의 주식담보대출 금리보다 높은 배당수익률을 만들어주면 차입을 통한 상속세 납부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부회장은 이 외에도 삼성SDS 지분 9.2% 등 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활용해 세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처럼 물려받은 주식의 일부를 담보로 제공하고 상속세 재원을 확보하는 방법도 유력하게 점쳐진다.
지분 승계시점에도 시장의 관심이 모인다. 지분 승계가 늦춰질수록 세금부담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의 기업가치가 앞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자연히 이 부회장이 물려받아야 하는 몫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적절한 시점에서 삼성전자 지분 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당장 증권가에서 제시하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만 해도 현재 주가를 훌쩍 뛰어넘는 7만 원대 이상에서 형성돼 있으며 8만 원대 이상도 적지 않다. 8만6천 원으로 가장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하나금융의 전망대로라면 이 부회장이 물려받을 삼성전자 지분가치는 21조 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