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10부동산대책을 내놓은지 석 달이 지나면서 정책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집값이 여전히 보합세를 보이는 지역도 있지만 내년 종합부동산세 부과가 이뤄지기 전에 법인과 다주택자의 매물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있어 내년 상반기에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
9일 한국감정원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상반기에 급등하는 추세를 보였던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주요 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7월10일 이후 크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만 보면 7·10부동산대책 직후인 7월20일만 하더라도 아파트값 상승률이 직전 주보다 0.06% 오른 상태를 보였지만 이후 상승률이 꾸준히 하락하면서 5일 기준으로 7주 연속으로 직전주 대비 0.01% 상승하는데 머물러 있다.
집값 상승을 대표했던 서울 강남4구의 아파트값 변동률은 아예 8월10일부터 5일까지 9주 연속으로 0.00%로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경기도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7월20일 0.19%를 보였지만 이후 하락세에 접어들며 5일 기준 0.09%까지 떨어졌다.
물론 아직 상승률이 작게나마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집값 상승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아파트 거래량이 이미 뚝 끊겼다는 점을 감안할 때 조만간 집값 하락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해 발표하는 부동산거래현황 가운데 아파트매매 거래현황을 살펴보면 5월까지만 해도 4328건이던 서울시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6월과 7월에 각각 1만1106건, 1만6002건으로 급증했지만 8월에 6880건으로 뚝 떨어졌다.
경기도 아파트 매매거래량도 6월과 7월에 3만건을 넘어섰지만 8월에 다시 1만7799건으로 급감했다.
아파트 가격은 대체적으로 거래량이 많아질수록 상승세를 타다가 거래량이 감소하면 약세를 보인다는 특징을 지니는데 이를 감안할 때 집값 하락 신호가 켜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7·10부동산대책이 다주택자와 법인의 주택 매입을 강하게 규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임대차3법 등 후속입법이 빠르게 처리된 점도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임차인이 전세계약을 2년 더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갱신 청구권과 전세금 인상의 상한선을 5%로 제한한 것을 뼈대로 하는 임대차3법은 임대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임차인의 주거권을 대폭 보장한다는 점에서 매매수요 안정화에 기여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마용성(마포구, 용산구, 성동구)’의 중심지인 서울 마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살펴보면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4단지의 전용면적 84.5978㎡는 8월26일 17억1500만 원(19층)에 팔렸는데 9월1일에 각각 15억9천만 원(15층), 17억 원(7층)에 거래됐다.
대흥동 마포자이와 신정동 서강GS 등에서도 일부 매물이 7월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부동산 가격이 팔려는 사람(매도자)보다 사려는 사람(매수자)의 의중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집값이 안정화하고 있다는 근거로 꼽힌다.
8일 KB부동산리브온이 발표한 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부동산 매수우위지수는 83.7로 2주 전보다 1.5포인트 하락했다.
매수우위지수는 KB부동산리브온이 서울 지역 협력 부동산중개업체 900여 곳을 대상으로 주택 매도자와 매수자 가운데 어느 쪽이 많은지를 조사해 산출하는 지수다. 100을 넘으면 매수자가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매도자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시의 부동산 매수우위지수는 8월 말 100 이하로 떨어진 뒤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7·10부동산대책의 효과는 내년 상반기에 정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7·10부동산대책에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과도한 세제혜택을 줄이고 단기거래에 대한 세금을 중과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부동산대책을 통해 3주택 이상 혹은 조정대상지역에 2주택 이상을 보유한 개인들에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 중과세율이 대폭 인상됐으며 다주택 보유법인에 대한 중과 최고세율도 6%로 정해졌다.
종합부동산세 중과세율이 크게 강화되면서 내년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일인 2021년 6월1일 이전에 다주택자와 법인의 매물이 시장에 풀릴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매물 유도를 위해 내년 6월1일까지 2년 미만 단기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율 인상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는 점도 내년 상반기에는 매물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다주택자나 법인이 종합부동산세 부담과 단기 양도차익 환수까지 모두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내년 5월 말까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대거 처분하는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