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부회장은 2019년 6월30일까지만 해도 계열사 15곳에서 이사 또는 대표이사를 겸직해 너무 과하다는 말을 들었다.
한국콜마의 지분 11~12%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과도한 자회사 임원 겸임이 개별 기업 이사회의 독립성을 저해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몇 차례 받았다.
8일 현재 윤 부회장은 ‘파마사이언스코리아’와 ‘석오캐나다’ 2곳만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파마사이언스코리아는 제네릭(화학의약품 복제약) 제조업체로 한국콜마홀딩스와 파마사이언스캐나다가 50대 50의 지분 비율로 설립한 합작회사다. 책임경영 차원에서 대표이사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오캐나다는 캐나다 화장품회사인 CSR코스메틱솔루션즈를 인수하고 그 회사의 부동산 취득을 위해 설립한 투자 및 부동산업체로 한국콜마홀딩스가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윤 부회장은 지주회사인 한국콜마홀딩스 이사회 의장 역할과 전체 그룹 경영에 집중하기 위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면서 “한국거래소가 계열사 사이 대표 겸직금지를 상장요건으로 요구하고 있어 자회사인 HK이노엔을 원활하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물러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일반회사가 거래소에 상장할 때 계열사 사이 대표 겸직금지가 필수규정으로 명문화되어 있지는 않다”며 “다만 상장위원회가 심의과정에서 대표의 겸직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될 때 대표에게 겸직을 해소할 것을 권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윤 부회장은 한국콜마 대표이사 사임에 앞서 9월에는 HK이노엔의 대표이사에서도 물러났다.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한국콜마가 2018년 4월 CJ제일제당으로부터 HK이노엔(당시 CJ헬스케어)을 인수할 때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2022년 내 상장을 조건으로 제시해 HK이노엔 상장에 속도를 내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내년 안에 HK이노엔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구체적 일정과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무적투자자들이 투자금 회수를 위한 한 방안으로 상장을 제안한 것은 맞지만 상장시점을 명시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윤 부회장에게는 HK이노엔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이 절실하다.
윤 부회장은 자회사 CKM을 통해 HK이노엔을 1조3100억 원을 들여 인수했다. 윤 부회장은 한국콜마가 CKM에 출자한 3600억 원을 제외한 9500억 원의 자금 가운데 6천억 원은 HK이노엔 지분을 담보로 한 대출로, 3500억 원은 재무적투자자를 상대로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해 마련했다.
올해 4월에 CKM과 HK이노엔이 합병하면서 HK이노엔이 9500억 원의 외부차입금을 모두 갚아야 한다.
따라서 윤 부회장은 HK이노엔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으로 신약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함과 동시에 악화된 HK이노엔의 재무건전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증권업계는 HK이노엔의 기업가치가 2조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HK이노엔이 개발한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은 2019년 3월에 출시된 이후 1년 만에 누적 처방 600억 원을 넘기며 HK이노엔 매출 증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숙취해소음료로 유명한 ‘컨디션’도 보유하고 있다.
HK이노엔은 2018년 매출 3351억 원, 2019년 매출 5426억 원을 올렸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