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해 기업계 인사들을 만나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공정경제3법 처리, 고위공직자법죄수사처 설치 등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가 거대 여당을 이끄는 지도자로서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이 대표는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찾아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기업계 인사들과 공정경제3법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손 회장 등 경제계 인사들은 이날 이 대표에게 공정경제3법의 처리 속도를 늦추고 강도도 낮춰 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표는 경제계의 요청에 “분명한 것은 공정경제3법은 아주 오래된 현안이고 우리 기업의 건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 골탕 먹이기 위한 법안이 아니다”며 “이것(공정경제3법 처리)을 늦추거나 방향을 바꾸거나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간담회를 마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날 간담회 내용을 담은 글을 게시하면서 “부분적으로 보완하더라도 큰 틀의 방향은 지키며 정기국회 회기 안에 처리하고자 한다”고도 적었다.
기업계의 의견을 듣고 공정경제3법의 내용을 손볼 수는 있겠지만 처리시점을 정기국회 이후로 미루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해서 분명히 밝힌 셈이다.
이 대표로서는 현재 시점에서 정기국회 회기 안에 공정경제3법 등 입법성과를 내는 일이 절실해 보인다.
당을 이끄는 일인자로서 당이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는 법안을 야당이 반대를 뚫고 대화 혹은 과감한 결단을 통해 처리해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대선을 바라보고 있는 만큼 당대표로서 당을 이끄는 동안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는 ‘관리자’가 아닌 ‘지도자’로서 역량을 입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대선주자로서 이 대표가 지닌 가장 큰 약점으로 아직 관리자로서의 역량밖에 보여준 적이 없다는 점을 꼽는다.
과거 대선 경쟁에서 이회창, 고건 전 총리 등의 발목을 번번이 잡았던 전직 총리 출신 대선주자가 지니는 고질적 약점이기도 하다.
이 대표 역시 이런 시선을 인식한 듯 당대표 선거를 앞둔 8월에 한 방송에 출연해 “총리는 이인자지만 대표는 일인자”라며 “당대표가 되면 새로운
이낙연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당대표가 된 뒤 윤리감찰단 출범, 김홍걸 의원 제명 등 당의 기강을 잡는 데 비교적 과감한 모습을 보여 주기는 했다. 하지만 당내 기강잡기 역시 관리자로서 역할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의 마음을 더 바빠지게 만드는 요인은 이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대선에 도전하려면 당헌당규상 당대표와 대선후보 분리 규정에 따라 내년 3월에는 물러나야 한다. 그리고 내년 4월에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선출하는 재보궐선거가 있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이 지니는 정치적 무게감을 고려하면 이번 정기국회가 끝나면 정치권과 대중의 이목은 재보궐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들에게 쏠릴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는 추석연휴 이후 처음 열린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놓은 발언에는 평소 신중했던 모습과 달리 배수진을 치고 현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가 어느 정도 엿보인다.
이 대표는 “공수처 설치, 공정경제3법, 이해충돌방지법의 처리를 늦출 수 없는 시기가 다가온다”며 “여당이나 야당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니 우리가 지혜와 용기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