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선주사 CMA-CGM은 두 선박을 동시에 인도받아 운항에 투입한다”며 “한국과 중국 조선업 사이의 기술력 차이와 관련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조선업계도 두 선박의 운항에 주목하고 있다. 정확히는 SCS조선이 건조한 선박의 정상 운항 여부를 주시한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SCS조선은 일정이 1년 가까이 지연돼서야 선박을 인도한 만큼 시운전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은 기술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문제가 발생한다면 하팍로이드의 LNG추진 컨테이너선 수주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CMA-CGM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는 ‘어떤 조선사가 세계 최초의 LNG추진 컨테이너선을 건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이슈였다.
SCS조선은 지난 2017년 9월 CMA-CGM으로부터 선박을 수주하면서 2019년 11월까지 인도하기로 했다. 당시만 해도 세계 최초의 건조기록을 중국 조선사가 선점한다는 것을 놓고 국내 조선업계에 위기감이 번졌다.
그러나 SCS조선은 11개월이 지나서야 선박을 인도할 수 있었으며 그마저도 현대삼호중공업보다 1주일 늦었다.
LNG추진선은 엄밀히 말하면 LNG와 석유연료를 모두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 추진(Dual-Fuelled)선이다. 석유연료탱크와 LNG탱크가 모두 탑재되며 별도의 실린더가 필요한 만큼 고도의 설계기술이 요구된다.
SCS조선에게 CMA-CGM의 컨테이너선은 LNG운반선이 아닌 LNG추진선을 건조하는 첫 경험이었다. 시작부터 선박 설계 및 건조기술의 부족함을 드러낸 것이다.
반면 현대삼호중공업은 2018년 4월 CMA-CGM으로부터 선박을 수주하면서 2020년 10월 인도하기로 했었다. 이를 1개월 당겨 조기에 인도하면서 세계 최초로 LNG추진 컨테이너선을 인도했다는 타이틀을 따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2018년 7월 세계 최초의 LNG추진 원유운반선을 인도한 뒤로 LNG추진 원유운반선이나 LNG추진 일반화물선(벌커)을 다수 건조하면서 LNG추진선의 설계 및 건조기술을 이미 입증했다. CMA-CGM에 조기인도한 선박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박무현 연구원은 “이중연료 추진엔진의 탑재 과정에서 한국과 중국이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은 조선소의 설계능력과 건조능력, 부품 탑재능력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강조된 것”이라며 “이런 실력의 차이를 주요 선주사들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의 LNG추진선 기술 경쟁에서 중국이 시작부터 지고 들어간 셈이다. 만약 SCS조선의 LNG추진 컨테이너선이 정상 운항마저 어렵다면 하팍로이드로서는 한국 조선사 쪽으로 마음이 기울 수밖에 없다.
▲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해 CMA-CGM에 인도한 세계 최초의 LNG추진 컨테이너선. <현대중공업그룹>
한국과 중국의 이번 기술 경쟁은 독일뿐 아니라 일본 수주전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지난 1월 하팍로이드뿐 아니라 일본 컨테이너선사 ONE(Ocean Network Express)도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위해 조선사들과 협의를 시작했었다.
하팍로이드와 ONE은 한국 HMM(옛 현대상선)과 함께 컨테이너선 보유척수 기준으로 업계 3위 해운동맹인 디얼라이언스(The Aliance) 소속이다.
디얼라이언스 해운사들은 1위 2M(덴마크 머스크와 스위스 MSC)과 2위 오션얼라이언스(Ocean Aliance, CMA-CGM과 중국 COSCO, 대만 에버그린 등)를 따라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선박 확보에 나서고 있다.
HMM도 이 계획에 따라 발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앞서 8월 모두 인도받았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ONE의 초대형 컨테이너선도 곧 발주 협의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제 계약시점은 내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