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가 계약 파기와 관련한 리스크에 또 다시 노출됐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추진한 7조 원 규모 미국 호텔 인수 불발로 계약금 약 5천억 억 원이 묶인 데 더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에 투입한 500억 원의 자금도 장기간 묶일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 서울시 을지로에 위치한 미래에셋대우 본사 전경. |
4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인수거래가 무산된 데 따라 미래에셋대우와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지급한 2500억 원가량의 이행보증금을 놓고 법적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2조5천억 원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했고 인수대금의 10%를 이행보증금으로 지급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재무적 투자자(FI)로, HDC현대산업개발은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했는데 계약금으로 각각 500억 원, 2천억 원 정도의 자금을 투입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책임은 금호산업에 있다며 계약금 반환을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코로나19에 따른 항공업황 악화와 더불어 금호산업의 불성실한 자료 제공 등 매도인 측의 선행조건 미충족이 계약 파기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금호산업은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었음에도 매수인인 HDC-미래에셋 컨소시엄이 거래 관련 계약에 따른 거래종결의무 등을 미이행함에 따라 주식 매매계약을 해제했다”고 공시했다. 계약해제의 책임이 HDC현대산업개발에게 있다는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미래에셋대우는 계약금 500억 원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가 HDC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구성할 때 정한 조건에 따라 다르다”며 “이행보증금이나 손해 등을 전략적투자자(SI)가 부담하기도 하지만 흔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계약관계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이 주도해서 단독으로 인수계약을 맺었고 계약주체에 미래에셋대우가 없다면 이행보증금은 전액 HDC현대산업개발이 부담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재무적 투자자인 미래에셋대우가 전략적 투자자인 HDC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구성할 때 나름의 안전장치를 미리 마련해뒀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미래에셋대우가 컨소시엄을 구성하며 사적계약을 통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하더라도 500억 원가량의 계약금을 당장 돌려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HDC현대산업개발도 계약금으로 2천억 원에 이르는 금액이 묶인 상황에서 미래에셋대우의 자금을 바로 융통해 주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에 따른 법적 공방 추이를 놓고 과거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불발사례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화그룹은 2008년 대우조선해양 입찰에 참여해 6조3천억 원의 금액을 제시하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조선업업황 악화로 최종 계약을 포기했고 이행보증금 3150억 원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은 2009년 이행보증금 반환소송을 제기했고 9년 동안의 법적 공방 끝에 1951억 원을 회수했다.
아시아나항공 계약금 반환소송도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자금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묶이게 된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재무적 투자자로서 의무를 다할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