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로 홍 부총리는 취임 659일을 맞았다. 추석연휴를 마치고 출근할 때는 역대 두 번째 장수 기재부 장관이 된다.
이날 현재 홍 부총리보다 기재부 장관 자리에 오래 있었던 사람은 이명박 정부 때 842일 재임한 윤증현 전 장관과 660일 재임한 박재완 전 장관뿐이다.
홍 부총리는 취임 당시 야당 의원들로부터 ‘예스맨’이나 ‘바지사장’에 그칠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임기 중에도 부동산정책 관련 ‘패싱’ 논란, 야권 등에서 경질 요구 등을 겪기도 했지만 자리를 지켰다.
홍 부총리가 위기상황에서도 경제 책임자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동력으로는 특유의 성실함과 진정성이 꼽힌다.
홍 부총리는 ‘연못에서 고기를 잡아 오라고 하면 물을 퍼내서라도 잡을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성실하고 묵묵히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참여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등 정권의 성향에 관계 없이 중용됐을 정도다.
추경안 편성을 발표하며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울먹이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기재부를 맡아 운영하면서 이룬 성과도 적지 않다.
2019년 하반기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되자 경제사령탑으로서 국내 소재·부품·장비산업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문 대통령은 올해 7월 SK하이닉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소재·부품·장비산업 육성 1년을 놓고 “K방역이 세계 표준이 된 것처럼 소재부품장비산업에서도 세계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해보니 되더라’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크다”고 평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고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으로 역할을 수행했다. 추경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소극적 태도로 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지만 큰 잡음없이 지나갔다.
하지만 홍 부총리가 최장수 총리가 되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홍 부총리로서는 한국경제가 올해 2분기에 22년 만에 최저치인 –3.3% 역성장한 데다 3분기에도 반등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연내 경기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는데 온힘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28일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 “4분기는 올해를 마무리할 뿐만 아니라 내년 경제가 제 성장경로로 복귀하기 위한 디딤돌로서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올해를 위기극복, 즉 ‘버티고 일어서기’에 중점을 뒀다면 내년은 경제회복과 미래 대비도 함께 하는 ‘일어서서 달리는 해’가 되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 부총리가 부동산정책 등에서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당분간 자리를 지키리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우선 문 대통령의 신뢰가 두텁다.
문 대통령은 8월13일 홍 부총리로부터 2021년도 예산안 중간보고, 국민참여형 한국판 뉴딜 조성방안 등을 보고 받은 뒤 공개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나라 가운데 한국이 성장률 1위로 전망될 정도로 경제부총리가 경제사령탑으로서 총체적 역할을 잘하고 있다”며 “자신감있게 정책을 추진하라”고 말했다.
4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재보선까지 개각 이슈가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도 최장수 총리 탄생 가능성을 높여준다.
민주당의 당대표로 이낙연 대표가 취임한 일도 홍 부총리의 행보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를 부총리로 강하게 추천한 사람이 바로 이 대표다.
이 대표가 국무총리였을 때 홍 부총리는 국무조정실장이었는데 성실함과 꼼꼼함으로 이 대표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는 홍 부총리를 부총리로 지명할 당시 “홍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70여 차례 이어진 이 총리의 주례보고에 배석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이 총리의 강력한 천거가 있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가 2021년 3월 말까지 자리를 지키면 역사상 최장수 총리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