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러버(황산화물 세정장치)를 생산하는 기업 파나시아 상장을 앞두고 스크러버의 미래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현재로서는 스크러버가 결국에는 선박시장에서 퇴출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반면 수리조선업계나 선박기자재업계에서는 조선업계나 증권업계 전반에 퍼져있는 것처럼 스크러버 관련 사업이 당장 사양길로 접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 스크러버(황산화물 세정장치).
13일 조선업계와 투자업계 등에서는 선박기자재회사 파나시아의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스크러버 비관론’이 다시 나와 기업가치를 얼마나 인정받을지 주목된다.
스크러버는 저유황유(황함량이 적은 선박연료유), LNG(액화천연가스)추진선과 함께 국제해사기구(IMO)가 올해부터 시행한 선박연료유 황함량규제(IMO2020)의 대응방안으로 꼽혔다.
파나시아는 일찍부터 스크러버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해 2018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수주가 시차를 두고 실적에 반영되면서 2019년 실적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파나시아는 2019년 연결기준 매출 3285억 원, 영업이익 715억 원을 냈다. 2018년보다 매출은 474%, 영업이익은 51398%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영업이익 588억 원을 내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의 82%를 이미 달성했다. 파나시아는 이런 실적 급성장에 힘입어 17~18일 기업공개를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그러나 스크러버는 선박의 배기가스를 세정해 황 성분을 다량 함유한 오염수를 결국에는 어떤 식으로든 배출해야 한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때문에 스크러버는 환경규제의 근원적 대안이 될 수 없는 만큼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는 부정적 시선이 짙다.
증권업계는 스크러버 설치 선박의 입항을 제한하는 항구가 늘어나는 추세를 들어 스크러버 비관론을 펼치고 있다.
현재 글로벌 13개 나라의 27개 항구에서 스크러버 설치 선박의 입항을 제한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특히 싱가포르나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 등 글로벌 주요 무역항의 입항 제한이 치명적이라고 본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세계 어디에서도 스크러버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으며 설치 선박의 입항을 제한하는 지역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결국 LNG추진선이 환경규제에 대응하는 가장 깔끔한 방안”이라고 봤다.
하지만 수리조선업계나 선박기자재업계는 당장 스크러버 제작 및 설치사업의 수요가 사라진 것처럼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스크러버가 결국에는 퇴출될 가능성이 있지만 눈앞의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스크러버는 오염수를 즉시 배출하는 개방형, 오염수를 저장해둘 수 있는 폐쇄형, 양쪽의 기능을 모두 보유한 하이브리드형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개방형 스크러버가 가격이 저렴해 현재 주류다.
스크러버 설치 선박의 입항을 제한하는 13개 나라들 가운데 3종류의 스크러버를 모두 금지한 곳은 노르웨이 뿐이다. 나머지 12곳은 개방형 스크러버만을 금지하고 있다.
한 수리조선사 관계자는 “각국의 스크러버 규제는 주류 스크러버의 형태가 바뀌는 미래로 이어지는 것이지 스크러버 자체의 수요가 급감하는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심지어 개방형 스크러버를 설치했더라도 입항할 때만 저유황유를 쓰는 우회로도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 선주사들이 고민해야 할 금전적 제약도 스크러버 수요를 한동안 유지시켜줄 원동력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최근 몇 년 사이 건조된 선박들은 석유연료 추진선이라도 앞으로 LNG추진선으로 개조할 수 있는 ‘LNG레디(LNG-Ready)’ 설계가 적용돼 있다. 그러나 선박연령이 10년가량 이상 지난 선박들은 이런 설계가 적용돼 있지 않아 LNG추진선으로 개조할 수 없다.
선박의 내구연한은 통상 25~30년이며 잘만 관리하면 40년 이상 항해하는 선박들도 있다.
대다수 선주사들이 선박연령 10년 이상의 선박을 모두 폐선하고 LNG추진선으로 대체하는 것은 금전적으로 불가능한 일로 여겨진다.
앞서 10일 파나시아는 상장을 앞두고 수소추출기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제시하는 등 스크러버 비관론을 넘어서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소추출기는 수소충전소의 필수 장비로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정책과 맞물려 시장 전망이 밝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날 파나시아는 스크러버 2공장을 완공했고 알리며 스크러버 수요가 아직은 건재하다는 것도 함께 보였다.
실제 파나시아는 8일 유럽 선사 TMS의 일반화물선(탱커) 53척에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공사를 마무리하면서 액체화물운반선 48척에 스크러버를 추가로 설치하는 공사도 수주했다.
파나시아 관계자는 “시장에 떠도는 스크러버 비관론과 달리 이미 수주한 스크러버 물량이 차고 넘치며 시장 전망이 당장 어두운 것도 아니다”며 “상장을 계기로 앞으로는 수리조선업계와 선박기자재업계의 입장이 담긴 목소리를 더욱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