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 대표는 잇달아 국민의힘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직접 참여하며 국민의힘과 접촉면을 넓혀나가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청년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15일에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로 있는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야권의 혁신과제’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한다.
미래혁신포럼은 정기적으로 대선주자로 꼽히는 인물들의 정치 비전을 공유한다는 취지로 정기적으로 특강을 열고 있다.
앞서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국민의힘의 대선주자로 꼽히는 정치인들이 이 포럼 특강 연사로 나선 바 있다.
안 대표가 이 포럼에서 특강 연사로 나선다는 것은 국민의힘 안에서도 안 대표를 보수진영의 유력한 대선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안 대표는 문재인 정권에도 계속 날을 세우고 있다.
그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라 빚내서 정권 위한 잔치나 벌일 것인가”라며 정부의 통신비 2만 원 지원 계획을 비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대표의 이런 움직임이 국민의힘을 향한 적극적 '구애'라고 본다.
현재 국민의힘이나 국민의당 모두 두 당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서울시장이나 대통령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대로 싸우려면 두 당이 서로의 지지층을 합치는 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특히 안 대표로서는 의석 수 3석의 소수정당인 국민의당을 이끌며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의 '힘'이 필요하다.
정국이 집권여당인 민주당과 그에 맞서는 제1야당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안 대표가 문재인 정권에 날선 비판을 하는 것만으로는 이목을 끌기도 어렵다.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가 어떤 형태로든 국민의힘과 손을 잡는 게 이후의 정치적 진로를 위해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고 본다.
하지만 두 당의 연대나 통합이 이뤄지더라도 안 대표가 보수진영 안에서 만족할만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탓에 안 대표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이 국민의힘과 통합 수순을 밟게 된다면 안 대표로서는 당 대 당으로 통합한 뒤 통합정당에서 일정 부분 지분을 확보하기를 바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석 수 3석의 정당이 103석의 제1야당과 대등한 관계에서 손을 잡는다는 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이미 대선 잠룡과 중진 정치인들이 나름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외부인인 안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하며 세력을 키울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보수진영 안팎에서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계기로 두 당의 연대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란 시선도 나온다.
하지만 안 대표로서는 서울시장 도전 역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시장으로 초선 의원을 비롯한 ‘새로운 인물’을 강조하고 있는 데다 안 대표가 섣불리 서울시장에 도전했다가 경선이나 본선에서 떨어지기라도 하면 정치적 타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 위원장은 안 대표가 서울시장에 도전할 의사가 있다면 국민의힘에 입당하라고 선을 그어놓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취임 100일을 맞아 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대표를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서울시장 도전 의사가 있는 외부인사를 향해 "생각이 있으면 우리 당에 입당하라"고 말했다. 그는 "왜 안철수씨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국민의힘 내부의 정치적 역학관계를 살피면서 서울시장 보수 단일후보를 노릴 수 있다고 본다. 가능성은 낮지만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을 통합한 뒤 서울시장 후보 당내 경선에 도전하는 방안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당 일부에서 안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을 두고 긍정적 태도를 보이는 것과 달리 정작 안 대표는 서울시장 도전에 말을 아끼고 있다.
안 대표는 8월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이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