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른쪽부터)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김지완 BNK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금융권 참여방안에 관한 영상보고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
9월이 시작되자마자 대한민국 금융권 수장들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 총출동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10대 금융지주 회장과 부회장이 한 자리에 모여 얼굴을 맞댄 것이다.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한국판 뉴딜 지원이 금융권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주요 금융지주는 뉴딜 전략회의 당일 또는 이후에 기존에 내놨던 한국판 뉴딜 금융지원 계획에 +α로 화답했다.
5대 금융지주의 한국판 뉴딜 지원규모는 모두 합쳐 5년 간 70조 원에 이른다.
◆ KB금융그룹, ‘역시 회장은 윤종규’
- KB금융지주는 9월 다음 회장을 확정한다. 윤종규 회장과 함께 3명의 후보자가 경쟁을 펼치는 모양새지만 이변이 없는 한 윤 회장의 재연임 가능성이 높다. KB금융은 회장 선임 관련 잡음의 차단에 무척이나 신경을 쓰고 있다. 일찌감치 윤 회장의 재연임 분위기가 굳어졌던 만큼 9년이라는 긴 재임기간이 부각되거나 절차상으로도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비치는 것을 우려한 것 같다.
- 윤 회장의 재연임 이슈를 둘러싼 옥의 티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노조가 대놓고 반대했다기보다는 직원 설문조사를 통해 윤 회장의 리더십을 향한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사랑 받는 리더가 되기 위해 젊은 직원들과 최근까지도 랜선으로 소통하고 유튜브채널을 활용해 사내 방송에도 적극적으로 나선 점에서 윤 회장으로서 아쉬울 수 있는 대목이다.
윤 회장은 금융권에서 ‘천재과’로 유명한데 직원들 사이에서는 워낙 깐깐하다는 인식도 강한 듯 보인다. 사람 좋으면서 유능함까지 갖추기란 역시 쉽지 않으니 리더십의 딜레마다.
- 윤종규 회장의 재연임이 확정되면 KB금융지주 안팎의 관심은 급속도로 계열사 사장단의 거취에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회장후보 숏리스트에 허인 KB국민은행장과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이 나란히 이름을 올리면서 두 사람의 2파전 가능성도 나오지만 ‘깜짝’ 세대교체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있다.
숏리스트에 빠진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의 거취에도 눈길이 쏠렸다. 푸르덴셜생명 인수로 KB금융에서 보험부문 위상이 이전과는 확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양 사장이 연임해 임기를 이어갈 것이란 시선이 늘고 있다.
- 세대교체 역시 앞으로 KB금융에서 주요한 이슈로 떠오를 수 있다. 윤 회장이 3번째 임기를 보내게 되면 인사 정체가 뒤따를 수 있다. 윤 회장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고 싶어 한다면 임기가 오랜 계열사 CEO들이 하나둘씩 퇴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 신한금융그룹, 함께 맞았지만 더 아프다
- 매도 함께 맞으면 아픔이 덜할 수도 있다. 8월 말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관련 판매사들이 금감원 조정안인 100% 배상안을 모두 받아들였다. 금감원 압박에 백기를 든 것인데 함께 맞는 매라도 신한금융은 더 아플 수 있다. 계열사 신한금융투자가 물어야 할 배상액은 425억 원으로 가장 많이 판 우리은행 650억 원과 비교해 액수는 적다.
라임자산운용과 함께 ‘사기 혐의’에 휘말려 사안의 심각성을 더한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조정안 수용과 동시에 법적 대응을 예고한 데다 9월 중 이와 관련한 금감권의 제재심도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비은행 강화 전략의 효자노릇을 했던 신한금융투자가 ‘아픈 손가락’이 될 수도 있다.
- 신한금융 계열사 CEO들은 신한금융투자 라임펀드 사태가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 리스크 관리와 사회공헌 등 활동을 통한 기업 이미지 제고에 더욱 힘을 내고 있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 강화, 그룹 차원 디지털 전환 노력에 기여 CEO 평가에 반영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에서 점수를 따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입시에서 우수한 성적을 인정받으려면 시험성적뿐 아니라 수행평가와 봉사활동, 대외활동 등에 모두 신경을 써야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 신한금융 계열사에서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생명, 오렌지라이프, 신한캐피탈 등 주요 계열사 CEO들이 모두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임기가 만료된 사장단 8명 가운데 7명을 연임하기로 했는데 올해는 경영진 세대교체와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대비한 사업체질 전환을 위해 대규모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코로나19 사태에 실적 방어와 모바일앱 등 디지털 채널 강화 등에 좋은 성과를 냈지만 라임자산운용 등 펀드 환매 중단사태를 둘러싼 논란이 거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이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임기 만료 전 스스로 물러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신한금융투자와 달리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피해를 본 것이라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투자자 불만과 논란, 금융당국의 압박은 끊이지 않고 있어 마음을 놓기 쉽지 않아 보인다.
- 연말인사에서 재신임을 받기 위해 신한금융 CEO들이 포스트 코로나19 대비 사업체질 변화 전략에 적극적으로 발을 맞추고 있는데 이런 노력이 신한금융그룹에 긍정적 효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